비상사태 무시하고 해외 여행간 국민들에 "귀국 돕지 않을 것"
아르헨티나

3만5천여명 귀국 길 막혀 발동동
코로나 공포 "살려달라" 아우성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유유히 해외여행을 떠난 아르헨티나 여행객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 국민에게 이동제한령을 발령한 20일 3만352명이 해외여행을 나간 것으로 집계됐다고 현지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미에 상륙한 코로나19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지만 코웃음을 치며 해외여행에 나선 사람들이다. 하지만 떠날 때와는 사정이 달라졌다. 아르헨티나가 하늘길을 완전히 차단하면서 귀국할 방법이 없어진 때문이다.

해외에서 발이 묶인 여행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아르헨티나 정부에 SOS를 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 갔다가 공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는 남자 페데리코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국적항공사인) 아르헨티나 항공도 우리를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제발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콜롬비아로 놀러갔다가 발이 묶였다는 여자 마리아는 "사방에 알아 봐도 아르헨티나로 돌아가는 항공편이 없다"면서 "전세기를 띄워 달라"고 했다. 브라질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 커플은 "코로나19에 걸려 죽을 것 같다. 우리가 죽어도 울지 마라"라고 정부에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런 협박성 글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펠리페 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이 선포된 후 해외로 여행을 간 사람들은 매우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전세기를 띄워 귀국시켜야 하는 해외 거주자(외국에 거주하거나 한시적으로 체류 중인 아르헨티나 국민)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3개 대륙에만 약 2만3000명에 이른다. 비상시국에 해외여행을 떠난 3만여 명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이들 3만 여명은 전세기를 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솔라 장관은 "국민을 다 데려오고 싶지만 재원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비상사태를 무시하고 해외로 나간 여행객들의 귀국을 돕진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