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3당 합당후 첫 절대다수 여당…거칠 것 없는 법안·예산·인사 처리 전망
중앙·지방정부 이어 입법권력도 손 안에…완전한 국정 주도권도 확보
통합당 참패 쓰나미에 리더십 공백…정부·여당 견제 동력 상실 상태
여, 일방통행시 '수적열세' 통합당 강경투쟁 가능성도…제3당 부재에 강대강 대치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의 역대급 '슈퍼여당'으로 발돋움하면서 국정과 입법 전반에 걸쳐 일대 변화가 예고된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했던 민주자유당(전체 299명 중 218명)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가지게 되면서 사실상 단독으로 개헌안을 의결하는 것을 빼고는 국회에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에는 여소야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인위적 정계 개편이 아니라 선거에서 유권자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결과인 데다 중앙·지방정부에 이어 입법 권력도 확보하면서 2022년 3월 대선 전까지 국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과 동력을 갖추게 됐다.

그동안 여당으로부터 '국정을 발목잡는 세력'으로 비판을 받았던 미래통합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턱걸이하는 참패를 당하면서 여의도에서의 위상과 위세가 크게 약화됐다. 당장 패배의 쓰나미로 리더십 공백까지 겹치면서 정부·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한 당권 투쟁의 과정에서 선명성 경쟁이 점화하면서 강경 투쟁을 통해 수적 열세를 만회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도 절대다수 여당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지만 국회에서는 '강 대 강' 대치가 재연될 수 있다.

이번 선거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제3당 세력이 소멸하고 영·호남에서 지역주의 성향의 투표가 부활한 것도 국회 경색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은 비례 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함께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국회에서의 절대적 주도권을 갖게 됐다.

우선 21대 국회 원구성시 국회의장은 물론 주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갖게 되면서 국회 운영을 좌우할 수 있다. 20대 국회와 달리 21대에는 제3교섭단체가 없기 때문에 2명의 국회 부의장 가운데 1명도 민주당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상임위 및 본회의에서의 법안·예산 처리를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180석의 의석이 있기 때문에 다수당이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 선진화법 규정도 비켜갈 수 있게 됐다. 5분의 3의 의석이 있으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지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본회의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도 중단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이른바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차원에서 어렵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선거법을 처리했으나 이제는 단독 패스트트랙 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해도 패스트트랙 정국 때처럼 '살라미 국회'를 할 필요 없이 바로 표결로 중단시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회법 자체를 개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야당의 보이콧을 차단하기 위해 본회의 등 불출석시 세비 삭감, 국민소환제 도입, 임시국회 의무소집 등을 공약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입법·예산뿐 아니라 국회 인준이 필요한 인사에서도 자유로워지게 됐다.

과반 의석만 있으면 국회 임명 동의가 필요한 국무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에 대한 임명동의안도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7월로 예정된 공수처의 출범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 야당이 공수처장 임명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출범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공수처 폐지'를 내건 통합당이 참패하면서 공수처 자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공수처장 추천위원 7명 중 2명이 야당 몫인데 민주당이 경우에 따라서는 시민당을 별도 교섭단체로 만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합친 의석수가 20석인 시민당과 민주당 계열의 열린민주당이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야당 몫 1석을 가져가면서 공수처장 추천에 필요한 숫자(6명)를 범여권이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사법개혁 차원에서 검찰에 이어 법원 개혁 드라이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사법농단의 중심에 섰던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대신할 법원사무처 및 대법원 사무국 신설 등을 공약한 바 있다.

당 일각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개인적으로 상상의 날개가 돋는다. 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면서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조심스레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수처에 이어 21대 국회에서 검찰개혁 후속 조치에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에 권력기관 개혁 차원에서 꺼내 들었던 경찰 개혁에 나서는 동시에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추가 입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선거법 개정도 추진할 수 있다.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돕기 위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 취지가 통합당의 비례 정당 창당으로 크게 훼손됐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개헌 추진 가능성도 있다. 재적 3분의 2의석이 필요한 개헌 의결은 단독으로 불가능하지만 개헌안의 단독 발의는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군소야당에 더해 통합당에서 일부만 이탈하면 개헌안 의결에 필요한 200석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이런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과 시민당 외에 정의당(6석), 열린민주당(3석), 호남 무소속(1명) 등을 합치면 190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5월로 종료되는 20대 국회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하기 우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 속도전에 들어갔다.

선거 압승을 기세로 2차 추경을 이달 내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코로나 국난 속에서 상승세를 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민주당에서는 친문(친 문재인) 의원의 발언권이 더 세질 전망이다.

당의 투 톱을 뽑는 5월 원내대표 선거와 8월 전당대회도 친문 경쟁 구도로 재편되면서 친문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참패로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지면서 극심한 내홍이 본격화되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총선 및 자신의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원내사령탑인 심재철 의원은 낙선했다.

황 대표뿐 아니라 지도부 구성원인 최고위원도 조경태 의원만 빼고 모두 선거에 패배했다.

일단 비상대책위 체제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당권·노선 투쟁과 맞물린 선거 참패 책임 공방이 격화될 전망이다.

제1야당이 수렁에 빠지면서 2차 추경 처리를 위한 임시국회 일정 진행이나 21대 원 구성 협상 등도 차질이 예상된다.

통합당은 나아가 지난해 패스트트랙 정국 때처럼 수적 열세에 놓이면서 점차 강경 투쟁의 길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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