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키스제도, 유전자 조작 모기 7억마리방사 이집트 숲모기 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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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모기 이용해 번식 방해, 개체수 급감
치명적 질병 막고 살충제 대안으로 주목
주민들 "우리가 실험실 쥐냐" 10년간 반대

유전자를 조작한 7억5000여만 마리의 모기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플로리다 주에 있는 키스 제도에 방사된다. 지역 주민들과 환경보호단체 연합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거의 10년만에 현지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아냈다.

20일 CNN에 따르면 이번 실험의 목적은 유전자를 조작한 이집트숲모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을지 검증하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하는 계획은 지난 5월 미 환경보호국(EPA)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6월엔 플로리다주에서, 19일에는 플로리다주 먼로 카운티가 정식 승인했다.

이 실험에는 'OX5034'로 명명된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가 쓰인다. OX5034 수컷이 야생 암컷 모기와 교배할 때, 새끼가 암컷이면 유충 단계에서 죽는다. 새끼가 수컷이면 OX5034와 같은 유전자를 퍼뜨리게 된다.

수컷 모기는 살아남더라도 암컷이 없으면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자손을 남길 수 없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모기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CNN은 "피를 빠는 모기는 알을 낳는 암컷뿐이며 수컷 모기는 꽃의 꿀만 빨기 때문에 감염증을 매개시키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유전자 변형 모기 방출은 지카 바이러스, 뎅기열, 치쿤구냐, 황열병 등 여러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이집트숲 모기(Aedes aegypti)를 살충제 대신 퇴치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집트숲 모기는 지카 바이러스·뎅기열·황열병 등 치명적인 감염병을 옮기는 매개체다. 원래는 아프리카에서 주로 살았지만 배·항공기 등을 통한 대륙 간 이동이 활발해지며 현재는 아메리카·아시아 대륙까지 퍼졌다.

이 모기를 방사하는 영국 옥시텍은 내년에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에서도 유전자 조작 모기를 방사할 계획이다.

이 계획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은 "우리가 실험실 기니피그(쥐과의 포유류)냐"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플로리다에서는 24만2000명 이상이 청원사이트 '체인지.ORG'에 이 계획을 반대한다고 서명했다.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처럼 전 세계적인 유행병을 겪고 있는 가운데 '프랑켄슈타인'모기를 방사하게 되면 플로리다 인들이 불필요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유전자 조작이 '쥐라기 공원'식 실험이라고 비난했다. 환경단체는 유전적으로 조작된 모기가 야생 개체군으로 퍼지면 모기를 먹고 사는 조류·포유류 등에도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