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건축가 정동현 "자연 감성을 건축에 접목" 새 바람

숱한 난관딛고 '상상을 가능으로' 희귀 호텔 완공
유명 건축가들 기피 프로젝트 성공 수많은 시상
건축에 동방 문화 녹여 각종 리조트 등 의뢰 쇄도

"중국에서 한국인이 가진 자연에 대한 본능적인 감성을 건축에 접목해 한국인의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도쿄대 박사 출신 한국인이 중국 건축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한중일 건축가로 구성된 건축설계 사무소인 플랫 아시아(PLAT ASIA)의 정동현(49) 대표다.

인공보다는 자연과 전통, 서양보다는 동양, 돈보다는 사람에 건축의 가치를 두는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다소 특이한 건축가다.

하지만 독일 디자인 어워드 위너상, 이탈리아 A'디자인 어워드 은상, 중국 띠찬 디자인 어워드 금상, 중국 건축학회 건축 창작상, 독일 아이코닉 어워드 베스트 오브 베스트상, 한국 건축가 협회 선정 '100인의 건축가' 등 그가 받은 상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대표작은 상상을 가능으로 만든 네이멍구(內蒙古) 쿠부치 사막 한가운데 지어진 중국 샹사완 사막 로터스 호텔이다.

그는 중국의 유명 건축가들도 모두 고개를 저었던 이 프로젝트를 과감히 맡았다. 하지만 난관은 끝이 없었다.

일단 40℃가 넘는 사막에는 대규모 건축 사례가 드물었고 시공을 위한 물과 전기, 자재를 운반할 도로도 없었다. 그리고 모래밭이라 암반을 찾아 건물을 고정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건물은 콘크리트로 짓는다는 상식에서 탈피해 강판 구조를 활용해 모래에 기초를 쌓고 사전에 제작한 초경량 철골 구조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2006년부터 10년여에 걸친 끝에 호텔을 완성했다. 이 리조트 호텔은 400개 객실에 실내외 수영장과 공연장까지 갖춘 마치 사막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연상 시켜 중국인들이 열광하고 있다.

최근에 추진한 쓰촨(四川)성 판다 밸리 리조트 또한 판다 보호 삼림 구역임을 고려해 한옥 지붕 처마의 이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중국 건축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중국 건축계에서 주목받는 정동현 건축가는 한양대 석사 과정을 거쳐 도쿄대에서 건축으로 박사 학위를 딴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도쿄대에 가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제자이자 이소자키 아라타 밑에서 일을 하면서 아시아의 거장들이 전 세계를 상대하며 건축 설계를 하는 방식을 배웠다.

그런 그가 중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중국에서 꿈을 실현해보자는 도쿄대 박사 과정의 중국인 동기생 제안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베이징에 'UAA'라는 건축설계 사무소를 낸 그는 거의 6개월간 아무 일감을 잡지못하고 고생하다가 충칭 국가의료센터 건축 현상 공모에 당선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 회사가 커지면서 2010년 동기들과 회사를 분리해 지금의 플랫 아시아를 차리게 됐다.

정동현 건축가는 "배운 게 서양 건축이다 보니 설계에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이나 중국 등의 건축 지혜를 반영해 서방이 아닌 동방의 건축을 구현하자는 걸로 컨셉을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인문학적 감성과 더불어 자연과 하나 되는 DNA가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어 한국 건축은 희망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