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10시 무려 40건…숙원·숙적·항변 총망라

"지지율 떨어지자 회복기간 위상변화 걱정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백악관에 격리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심 끝에 기댄 곳은 역시 트위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에서 퇴원한 이튿날인 6일(현지시간) 격리조치 탓에 외부행사를 일절 하지 못했으나 밤중에 집중된 무더기 트윗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날린 트윗은 무려 40건에 달했다.

늘 때려오던 숙적들을 다시 때리는 것, 자신을 둘러싼 추문에 대한 항변, 현안에 대한 바람을 재확인하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스캔들이 사기극이며 자신은 관련 자료를 모두 기밀에서 해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 지명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의회 인준이 수월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모욕과 발언 방해로 얼룩져 지구촌의 개탄을 부른 첫 대선토론을 진행한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리스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낸시 펠로시(민주) 하원의장을 '미쳤다'고 비난하고 오는 11월 대선이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식품의약안전국(FDA)이 안전기준을 강화해 코로나19 백신이 대선 전에 승인되기 어려워지도록 한 데 대해 '정치적 암살'이라는 비난도 가했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 후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의 개인 이메일 사용에 대한 수사기밀을 공개하겠다는 트윗도 있었다.

이처럼 난사에 가까운 트윗의 이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이 엿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서 회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며 "자기 위상에 대한 근심이 트윗 세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설했다.

그는 CNBC, 서베이USA, CNN 등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모두 두 자릿수 차로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뒤졌다.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주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다른 조사결과들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트윗을 지켜본 바이든 후보는 자신의 트위터에 "트위터 좀 그만하라"는 짧은 동영상을 올려 냉소를 보냈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쓸 시간에 보건정책에 신경을 쓰라는 비판을 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분간 백악관에 격리된 채로 군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같은 약물을 투입하며 계속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