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빈혈' 오빠 치료 위해 유전자 맞춰 '낳음 당한' 맞춤형 여동생…윤리 논쟁
인도

출생한후 18개월 만에 골수 이식 성공
과학계 "유전자 편집 출생 위험한 발상"
부친 "기술 이용한 질병치료 왜 안되나"


난치병 오빠를 치료하기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를 놓고 윤리 논쟁이 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인도에서 인악성 빈혈로 고통받던 7세 소년 아비지트 솔랑키는 생후 18개월된 여동생 카비야 솔랑키의 골수를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문제는 이 여동생이 오빠의 치료를 위해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구세주 동생'(saviour sibling) 때문에 오빠가 생명을 건진 것이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에서는 치료를 위해 '맞춤형 아기'를 낳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BBC에 따르면 카비야 솔랑키는 생후 18개월이던 지난 3월 친오빠 아비지트 솔랑키에게 골수를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카비야는 2018년 10월 인도에서 최초로 태어난 맞춤형 아기였다.

오빠 아비지트는 유전적 이유로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기능 장애를 겪는 '지중해빈혈'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 질병으로 그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위험할 정도로 낮아져 6세 때까지 80번이나 수혈을 받아야 했다.

아비지트는 골수 이식을 받으면 악성 빈혈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가족 중 골수가 맞는 사람은 없었다. 미국의 한 병원에서 그와 일치하는 골수를 찾았지만 비용이 1000만 루피(약 1억 5270만원)에 달했고, 성공 확률은 20~30%에 그쳤다.

그러던 중 아비지트의 아버지 사데브신 솔랑키는 2017년 장기나 골수 이식을 목적으로 이른바 '구세주 동생'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그는 인도 최고의 불임 전문가 매니쉬 뱅커 박사에게 찾아가 아비지트를 치료할 수 있는 골수를 가진 맞춤형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설득했다.

뱅커 박사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들여 유전자 진단을 통해 지중해 빈혈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배아에서 제거했다. 이후 2018년 카비야가 태어났고 18개월이 된 지난 3월 오빠에게 골수를 이식해줬다. 몸무게가 10~12kg은 돼야 골수 이식 수술이 가능해 생후 18개월까지 기다렸던 것.

수술 후 오빠 아비지트는 완치됐다. 이식 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수혈을 받을 필요가 없었고 헤모글로빈 수치도 정상을 되찾았다. 수술을 받기 전 아비지트는 25~30세까지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완치된 지금은 정상적인 기대수명을 갖게 됐다.

여동생 카브야는 수술 직후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졌고, 골수를 채취한 부위에 며칠 동안 국소 통증이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디파 트리베디 박사는 "카브야와 아비지트 모두 이제 완전히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솔랑키 가족의 사연이 알려지자 전 세계에서는 맞춤형 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인간 유전자 편집 윤리 전문가 존 에반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아픈 아이와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아기를 낳겠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아기를 낳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기자 겸 작가 나미타 반다레는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며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며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아동 인권 운동가들과도 공개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솔랑키 가족은 "자녀의 건강을 지키려는 것은 결코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반발했다. 카비야의 출생을 도운 뱅커 박사 역시 "기술을 이용해 질병이 없는 아기들을 탄생시킬 수 있다면, 왜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