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최대 쟁점인 `킹크랩 시연 참관' 또 인정

재판부 "로그기록은 시연의 흔적…일관된 진술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박형빈 기자 = 김경수 경남지사가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 등 여러 증거를 내놓으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결국 포털사이트 로그기록에 발목을 잡혔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김민기 하태한 부장판사)는 6일 포털 사이트 로그기록을 근거로 김 지사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프로토타입(시제품) 시연을 참관했다고 인정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킹크랩 시연이 실제 있었는지다.

허익범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9일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산채)을 방문해 시연을 지켜본 뒤 킹크랩의 개발과 운용을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는 산채를 방문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시연을 참관하거나 킹크랩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았다고 맞섰다.

◇ 최대 쟁점인 `킹크랩 시연 참관' 여부

김 지사가 여러 차례 드루킹에게 기사 링크를 메시지로 보내고, 이에 드루킹이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장하는 등 댓글 작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났으나 이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지 못했다.

이 같은 정황을 놓고 김 지사가 "경공모 회원들이 수작업으로 댓글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알았을 뿐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다"는 방어 논리를 폈기 때문이다.

김 지사에게 적용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해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인데, 이는 킹크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지사가 산채에서 킹크랩의 시연을 참관했는지를 둘러싸고 특검과 김 지사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도 선고 공판에서 "결국 킹크랩 시연을 봤는지가 핵심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 김 지사가 내놓은 증거 `닭갈비 영수증'

특검이 내세운 킹크랩 시연의 근거는 드루킹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여러 진술도 있었으나 무엇보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한 로그기록이 핵심이다.

사건 당일 오후 8시 7분에서 23분까지 일명 '둘리' 우모씨의 휴대전화에서 3개의 아이디(ID)로 번갈아 포털에 로그인해 기사 댓글 공감 버튼을 누른 것이 확인됐는데, 이것이 시연의 흔적이라는 게 특검의 주장이었다.

김 지사 측은 로그기록이 시연의 흔적이 아니라 킹크랩 개발자인 우씨가 프로그램을 테스트해본 것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김 지사는 로그기록이 남은 시점에 시연을 지켜볼 수 없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항소심에서 `닭갈비 영수증'을 증거로 제출했다.

경공모 회원들이 당일 김 지사가 오기 전 식당에서 닭갈비를 먹고 왔다는 특검의 주장과 달리, 닭갈비를 포장해 갖고와 산채에서 김 지사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기 때문에 시간상으로 김 지사가 8시께 시연을 보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취지다.

실제 일부 경공모 회원은 닭갈비를 식당에서 먹었다고 진술했다가 항소심에서는 닭갈비를 포장해왔으나 김 지사와 먹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 재판부 "로그기록은 테스트가 아닌 시연의 흔적"

하지만 김 지사의 이 같은 항변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로그기록이 킹크랩 개발을 위한 테스트가 아닌 시연에 쓰인 흔적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동원(드루킹)씨와 우씨가 일관되게 '피고인에게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고 진술했다"며 "두 사람은 로그기록이 확인되기 전부터 일관되게 진술한 내용이 이후 로그기록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시점 전후로 우씨가 킹크랩 개발 테스트를 한 로그기록도 여럿 남아 있지만, 김 지사가 산채를 방문한 날의 로그기록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 시연의 흔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검이 시연에 쓰였다고 주장하는 로그의 존재와 피고인 방문 전후 로그기록을 종합해 보면, 킹크랩 프로토타입을 시연했다는 김동원씨와 우씨의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