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분→15분 절차 간소화·영하 18도 컨테이너·호송차량 11대 3중경호

문대통령, 코로나 백신 유통 모의훈련 참관…"국민이 신뢰하도록 최선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3일 오전 인천공항 대한항공 제2 화물터미널에서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유통 모의훈련 현장은 흡사 대테러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코로나19 백신의 안전한 수송·보관·유통을 위해 민·관·군·경이 함께하는 수송지원본부는 국내에 백신이 도착해 접종센터에 이르기까지 있을 수 있는 모든 돌발상황에 대비하며 유통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이날 모의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참관에 앞서 백신의 신속한 유통을 위해 마련된 사전절차 등을 보고받았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백신 수송 항공기가 우리 영공에 진입하면 관제사가 최단 항로를 이용해 인천공항까지 관제 우선권을 부여한다"며 "이후 전 과정을 모니터링해 반출까지 통상 45분 이상 소요되는 절차를 15분으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노석환 관세청장도 "항공사 입항 및 화물반출 신고를 수월히 해 백신이 운송차량에 탑재되자마자 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게 했다"며 "통상 수입절차보다 45시간을 단축하는 특례절차를 마련했다"고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총 4단계의 백신 유통 과정 중 항공기에서 백신을 내려 물류창고로 향하는 공항 내 단계를 참관했다.

먼저 항공기가 주기장에 들어서자 백신 운송을 위해 투입된 숙련 인력이 백신을 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백신 모형이 사용됐지만, 운송 훈련은 실제 상황처럼 진행됐다.

백신은 대한항공이 특수제작한 운송 컨테이너에 실려 옮겨졌다. 컨테이너 기능의 핵심은 백신 수송에 필수적인 '콜드체인'(냉장유통) 유지다.

배터리를 이용해 100시간 동안 가동할 수 있는 이 컨테이너는 영상 18도에서 영하 18도 사이의 온도를 조절해 유지할 수 있다. 컨테이너 한 대당 6만 도즈(3만명분)의 백신이 탑재된다.

영하 60∼영하 90도를 유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영하 20도를 유지해야 하는 모더나 백신은 별도로 자체 냉동포장된 상태에서 운송된다.

비상상황이 발생해 공항 내에 백신을 보관해야 할 경우에 필요한 별도의 신선화물 처리시설도 마련됐다.

이는 의약품 등 저온 처리가 필요한 신선화물 보관 창고로, 6월 말까지는 항공사 자체의 시설을 이용하다가 7월부터는 인천공항공사가 현재 건설 중인 창고를 쓸 계획이다.

항공기에서 내려진 백신은 '달리'(Dolly)라 불리는 장비와 지게차로 냉장차에 옮겨졌다.

백신 운송 차량 행렬에는 냉장차 외에도 예비 냉장차와 경찰 사이드카, 순찰차, 군사경찰, 경찰특공대, 경찰 기동대 등 총 11대의 차량이 앞뒤로 늘어섰다.

경찰 사이드카와 순찰차 등은 교통통제와 안전관리 업무를 주로 맡고, 군사경찰과 경찰특공대는 테러나 시위대 습격 등 돌발상황 발생 시 수송차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사전보고에서 "순찰차와 특공대, 경찰기동대를 활용해 3중 기동경호를 펼친다"고 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차량 고장, 교통사고, 테러 등 총 15개의 우발상황을 설정해 대비태세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 수송 요원들에게 "안전에 유의하면서 임무를 잘 수행해 달라"며 "국민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격려했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