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화장실 사용 금지당한 뒤 이뤄진 분쟁 7년만에 마무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에서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게 학교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한 법정 투쟁에서 승리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2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글로스터 카운타 교육위원회가 이 문제를 둘러싼 항소심 결정에 불복한 사건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14년 고교 2학년이던 개빈 그림이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쓰게 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그림은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 정체성을 가진 트랜스젠더로, 당초 학교는 남자 화장실 사용을 허락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교육위원회는 그림의 남자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3개의 1인용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림이 당시 성전환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라는 사유도 꼽았다.

2015년 소송을 낸 그림은 진보 성향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결론난 2심에서 승소했고, 대법원도 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이 사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고, 그림의 사건은 다시 하급심으로 보내졌다.

제4항소법원은 작년 8월 그림에 대한 성차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수정헌법 14조를 위반했다고 결정했다.

이 항소법원은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직장에서 트랜스젠더 등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해고하거나 차별해선 안 된다는 판결을 근거로 삼기도 했다.

다만 보수 성향인 클라렌스 토마스, 새뮤얼 알리토 연방대법관은 이 사건을 대법원이 심리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그림은 이날 "양호실이나 개인 화장실, 여학생 방을 사용하도록 강요당한 것은 수치였고, 외딴 화장실로 가야 하는 것은 교육에 심각한 방해가 됐다"고 말했다.

그림은 "내 학교가 나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하는 오랜 싸움이 끝나 기쁘다"며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교육위원회에 의해 창피를 당하거나 낙인찍히지 않고 평화롭게 화장실을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소송 과정에서 그림을 대변한 미국시민자유연합도 "연방법은 트랜스젠더 학생이 차별로부터 보호받도록 하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22세인 그림은 가슴 수술을 받았고, 법적 성별을 남성으로 바꾸는 법원 명령에다 실제로 남성으로 기재된 버지니아 출생 확인증까지 받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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