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美 전체 혐오범죄 감소 불구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만 급증 대조

[뉴스분석]

올 1분기 LA 2배, 뉴욕은 3배나 늘어
트럼프 "차이니스 바이러스" 등 한몫
애꿎은 희생양,'이중 공포'에 시달려 


미국 내 증오범죄 사건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는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형성된 두려움과 분노가 아시아계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CSHE)가 지난 6월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주요 도시 18곳에서 발생한 혐오범죄 사건은 1773건으로 2019년 1877건에 비해 6% 포인트 감소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는 49건에서 120건으로 145% 포인트나 급증했다.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만 늘어난 것이다.

특히 LA와 뉴욕 등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높은 도시에서 증가폭이 컸다. 2019년 3건에 불과했던 뉴욕의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1년 만에 9배 이상 증가해 28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LA에선 7건에서 15건, 샌프란시스코에선 6건에서 9건으로 증오범죄 건수가 늘었다.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는 올해에도 줄지 않고 있다. 2021년 1분기에만 110건의 사건이 발생해 이미 지난해 전체 발생 규모에 근접했다. 뉴욕에선 올해 1분기에만 47건의 증오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배를 넘는 수치다.

비방과 조롱 등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은 팬데믹 이후 더욱 일상화됐다. 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이 증가했다고 답한 비율은 81%에 달했다.

신체적 공격이나 조롱, 코로나19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발언 등 일상적 차별을 한 번이라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아시아계 미국인이 ‘그렇다’(45%)고 응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의 책임을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아시아계 증오범죄 반대 비영리단체 ‘STOP AAPI HATE(SAH)’ 측은 “경제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 1년 내내 격리된 것에 대한 좌절감 등 각종 두려움과 분노가 아시아인을 향하고 있다”며 “사람들은 희생양을 찾는다”고 비판했다.

토니 비스콘티 애크런대 심리학과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이나 바이러스’ ‘쿵 플루’ 발언 이후 아시아계는 불결하다는 인식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이는 이방인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는데, 미국 사회가 항상 아시아계를 공격해 왔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