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수권자 바이든, 첫 유해 귀환식…침통한 얼굴로 가슴에 오른손 올려

미군, 바이든 귀환식장 이동 때 자폭테러범 실은 IS 차량에 두번째 공습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장엄한 음악도 없었다.

일요일인 29일 오전 침묵만 무겁게 깔린 미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성조기로 덮인 유해함이 하나씩 수송기 C-17에서 내려왔다.

7명이 한 조가 돼 미군 희생자의 관을 천천히 옮겼다. 미리 대기 중이던 운구 차량에 하나씩 유해함이 들어갔다.

검은 양복 차림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줄지어 서서 말없이 이 과정을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오스틴 장관은 오른손을 가슴에 올려 경의를 표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 제임스 맥콘빌 육군장관 등 군 장성은 거수로 예를 표했다.

사흘 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폭테러로 숨진 13명의 미군 유해가 돌아온 것이다.

미국 시민과 아프간 주민을 부지런히 실어나르며 생명줄 역할을 하던 C-17는 이날 무장 조직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IS-K) 테러에 희생된 미군 장병의 유해를 싣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관이 C-17에서 나와 운구 차량에 실릴 때까지 오른손을 가슴에 올린 채 시선을 고정했다. 기도를 하는 듯이 고개를 숙이거나 눈을 감는 등 내내 침통한 모습이었다.

잔뜩 흐린 채 빗방울까지 떨어지는 도버 기지에서 오전 11시 18분에 시작된 행사는 약 50분 뒤인 낮 12시 7분에 끝났다.

13명 중 11명의 유해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송됐다. 나머지 2명은 비공개로 하고 싶다는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이 자리한 쪽에서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취재진은 전했다.

CNN방송 등 미 언론도 침묵 속에 진행되는 행사를 그대로 중계했다. 간간이 진행자가 말을 보태기는 했지만 대체로 침묵 속에 중계가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가 된 후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미군 장병의 유해를 맞으러 나간 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이날 군기지에 일찍 도착해 유족들을 위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유족이 사적 공간에서 따로 만남을 갖는 자리도 마련됐지만 일부 유족은 미군 희생자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이라면서 만남을 거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군기지로 이동하는 동안 카불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는데 자폭 테러범을 실은 IS-K 차량에 대한 미군의 공습으로 파악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일요일 자 신문 1면에 미군 희생자 13명의 사진을 실으며 나라를 위한 희생을 기렸다.

이들 13명은 20∼31세이고 이 중 다섯 명이 20세다. 2001년 9·11 테러 즈음에 태어난 셈인데 WP는 '9·11의 아이들이 9·11로 시작된 전쟁에서 스러졌다'고 추모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네 차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두 차례 이러한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2009년 이후로 도버 기지를 통해 2천 명이 넘는 미군 유해가 귀환했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미군 유해 귀환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가 느꼈을 감정은 전임 대통령들이나 다른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사적인 애틋함이었을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일찍이 첫번째 부인과 딸을 교통사고로 잃고, 이후 장남 보마저 6년 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남부 루이지애나주에 상륙한 허리케인 '아이다' 상황을 보고 받기 위해 이날 오후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오늘 아프간에서 숨진 13명 영웅들의 가족을 만나고 왔다"며 "우리가 루이지애나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는 가운데 미군 유가족에 대한 기도도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