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반, 여성 인권 억압 정책 예고…20년 번성 미용업 나락

[아프가니스탄]

카불에만 200여개, 일제히 폐점 수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미용 산업이 종말을 맞게 됐다.

2일 BBC는 지난 2001년 미국이 탈레반 정권을 침공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 번성했던 미용 산업이 다시 붕괴하고 있다는 의미다.

매체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미용사로 일하는 20대 중반의 아프순(가명)을 인터뷰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뒤 태어난 아프순은 어릴 때부터 미용사의 꿈을 키워 왔다. 미용실은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는 “미용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여자들이 자유롭게 빛나는 그런 공간을 나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걀극 미용사의 꿈을 이룬 아프순은 “샴푸 향과 매니큐어 냄새, 드라이어 소음이 섞인 그곳에서 나는 제일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달 15일 이후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아프순이 일하던 미용실은 카불의 다른 미용실과 함께 문을 닫았다.

아프가니스탄의 미용 산업은 지난 20년간 번성했다. 2001년 이후 수도 카불에서만 200개가 넘는 미용실이 개업했고, 전국적으로는 수 백개의 미용실이 생겨났다.

지난달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집권하면서 미용 산업은 한순간에 20년 전으로 퇴보했다. 미용실들이 일제히 폐점했고, 여성에게 치장은 사치를 넘어 목숨을 걸 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됐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에 여성 인권이 억압당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당시 탈레반은 화장을 포함해 여성의 모든 치장을 금지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조차 할 수 없게 했다.

현재 카불 지역 주민들이 탈레반 대원들을 의식해 선제로 포스터에 스프레이 칠을 하는 등 미용실 폐점을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