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사업성 떨어지는 현덕지구 '초과이익 환수제'로 설계

판교 인접 '노른자위 땅' 대장동은 '사전확정이익'만 담겨

두 곳 모두 이재명 주도…"같은 '공공이익 환원사업'인데 대장동만 특혜"

(수원·평택=연합뉴스) 김경태 최해민 기자 = 민간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비판받고 있는 대장동 개발과는 달리 대장동을 모델로 추진하는 평택 현덕지구 개발사업에서는 민간업자의 특혜 차단을 위한 '초과 이익 환수' 장치를 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두 사업 모두 이재명 경기지사가 '공공개발 이익을 주민에게 돌려주겠다"며 추진한 민관합동 개발방식인데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업체의 과도한 배당을 제한하는 안전장치가 빠진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현덕지구 사업은 GH경기주택도시공사(30%+1주)와 평택도시공사(20%), 대구은행 컨소시엄(50%-1주)이 지분을 나눠 갖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를 설립해 추진한다는 점에서 대장동 사업과 판박이다.

2014년 1월 민간 사업시행자가 지정돼 추진되던 사업을 이 지사가 취임하자마자 2018년 8월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하고 민관합동 개발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도 유사하다.

이 지사는 2019년 7월 '공공개발이익 도민환원은 제 약속'이라는 페이스북 글에서 "성남에서 대장동을 민영개발에서 공공개발로 전환해 그 이익을 성남시민들께 돌려드렸던 사례가 있다"며 "현덕지구 사업도 잘 추진해 그 이익을 도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수익 배분 구조의 설계 과정에서 '사전 확정 이익'만 확보한 대장동 사업과 달리, 현덕지구에서는 '초과이익 환수' 방안이 올해 2월 체결한 민간사업자(우선협상대상자)와의 사업협약에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덕지구 사업 관련 기관 관계자는 "1천억원 미만의 이익이 발생할 경우 공사 측이 500억원을 우선 배분받고 나머지 남은 이익을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며, 1천억원을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할 경우 참여 지분율과 비례해 공사와 민간사업자 간 균등 배분받는 구조"라고 밝혔다.

가령 7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면 공사 측이 500억원, 민간사업자가 200억원을 가져가며, 1천2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면 공사 측과 민간사업자가 지분율에 따라 600억원씩 균등 배분받는 방식이다.

특히 판교신도시와 인접해 '알짜배기',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대장지구와 비교해 사업성이 낮다는 점에서도 대장동 사업의 '초과 이익 환수' 장치가 빠진 경위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현덕지구 사업의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 분양이 목적인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달리, 자유경제구역법에 따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유치가 사업 목적이라서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참가 의향서를 냈던 업체 18곳 가운데 실제 공모에 응찰한 컨소시엄이 1곳인 것만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기연구원은 2019년 9월 공개한 '개발이익 공공환원 사례 심층연구' 보고서에서도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는 위례개발사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동주택 분양의 경우 소위 '불패 신화'를 이어가는 지역 중 하나"라며 "대장동 역시 주택건설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분양 리스크 없이 사업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이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담당하는 금융권도 마찬가지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에 앞서 벤치마킹했다는 하남 풍산지구 아파트형 공장 민관합동개발에서도 사전이익(220억원)을 보장받고도 공공 지분율에 비례해 추가 수익(230억원)을 확보해 대조를 보인다.

이 지사는 28일 '성장과 공정 포럼'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왜 환수를 더 못했냐는 것은 무책임한 결과론적인 비판"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장동 사업에서 '초과 이익 환수'를 막을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놓친 정황도 드러났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민간사업자 공모 당시 질의·답변서에서 "자칫 부동산 과열로 인한 투기 등 공공성을 해하는 불리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단기적 주택 분양사업보다 자생사업을 민간사업자가 제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제시에 대해 "성남시 개발계획 등에 따라 반영할 수 없다"고 무시해버렸다.

대장동 사업의 자산관리회사인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는 4천40억원에 이르는 배당금과 4천억원대로 추산되는 분양매출이익을 얻게 되면서 특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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