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권유에도 조기 지사직 사퇴 카드 대신 털고가기 선택

'대장동 철저 수사' 文대통령 메시지 직후…참모들도 예상 못해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0일 경기도 국정감사를 받겠다며 '대장동 정국'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경선이 예상 밖의 '턱걸이 과반' 신승으로 끝난 여파로 이낙연 전 대표 측의 승복이 늦어지며 본선 행보에 연쇄 차질이 빚어질 조짐을 보이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청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계획과 입장대로 경기도 국감을 정상적으로 수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경선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국감 전 조기 지사직 사퇴를 저울질해 왔다.

이르면 경선 종료 이튿날인 11일 사퇴 입장을 밝힌 뒤 12일 퇴임식을 하고 지사직을 내려놓겠다는 구상이었다.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도 전날 간담회에서 이 후보에게 조기 사퇴를 권고하며 출구 찾기를 위한 명분을 제공했다. 여기에는 국감 무대에 오르는 순간 야권의 대장동 집중포화로 상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불과 하루 만에 국감을 받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조금 더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는 주변 참모들의 예상도 벗어난 전격 발표다. 회견문도 이 후보가 직접 쓰는 등 주변 측근들도 기자회견 직전까지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정국'을 정면 돌파하지 못하면 향후 본선 선거전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후보의 기자회견은 공교롭게 대장동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된 지 30분 만에 열린 것이기도 하다.

경선에서 여유 있는 선두를 달리던 이 후보는 마지막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에게 대패, 최종적으로 아슬아슬한 과반 승리를 지켜내면서 본선 행보에 불안감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당장 야권에서는 '대장동 민심'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며 후보직 사퇴와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공세를 높였다.

2위인 이 전 대표 측에서도 사퇴 후보들의 득표 처리에 이의를 제기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지사직까지 사퇴하면서 본격적인 본선 행보에 나설 경우 이 전 대표 측을 자극하고 '원팀' 기조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후보로서는 야권 등이 씌울 국감 회피 프레임도 고민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렇게 대장동 이슈에 계속 발목을 잡히느니 아예 사퇴를 미루고 정면으로 부딪쳐 털고 가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감에 출석하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거짓 답변을 할 경우 위증죄 처벌의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

야당 의원들로부터 사실상 인사청문회에 준하는 맹공격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선대위 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애초 지사직을 조기 사퇴할 경우 24일께 출범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준비가 늦어짐에 따라 이달 말에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이런 부담을 딛고 국감장에서 야당 의원들의 예봉을 꺾는 데 성공한다면 대반전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예비경선 초반을 복기해보면, 부자 몸조심 논란 등이 일었을 때 지지율이 주춤했던 바 있다"며 "당시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이재명다움'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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