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침수 피해 잇따라…"일부지역 대피하기 늦었다"

좁고 긴 습한 공기층 '대기의 강' 형성…"기후변화가 원인" 분석 나와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역대급' 폭풍우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강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가혹한 가뭄과 산불로 고통받던 이 지역 주민들은 이제 홍수로 수재민이 될 처지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 기상청은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후 현재 이 지역 강수량이 112㎜에 이른다고 밝혔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새크라멘토 서쪽의 산타로사 지역에서는 하루 만에 150㎜ 이상의 비가 내렸다.

폭우로 샌프란시스코, 산타로사, 소노마 등지에는 거리와 주택이 침수됐다.

샌프란시스코시 당국은 주민들에게 침수·단전 등을 경고하는 문자를 보냈다.

재난 시 대피소로 활용되는 새크라멘토 시청은 수용 인원이 한계에 도달해 새로운 대피소를 마련해야 했다.

단전 피해도 광범위하게 발생했다.

에너지 공급업체 PG&E는 트위터에서 "이번 폭풍으로 고객 38만 명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고 밝혔다. 이 중 12만5천 명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아 정전 피해를 보고 있다.

일부 고속도로에서는 진흙, 바위, 나무가 도로의 양방향을 덮쳐 통행이 완전히 통제되기도 하는 등 산사태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곳곳에서 최대 시속 112㎞ 이상의 강풍도 불어닥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대 풍속이 144㎞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번 폭풍우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이라는 기상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대기의 강이란 좁고 긴 형태로 이어진 습한 공기층이다. 이 공기층을 따라 태평양의 습기가 육지로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공기층은 과거 하와이 근처에서 먼저 발견됐다고 해서 과거에는 '파인애플 특급'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의 서부기상·이상기후 연구소는 이번 대기의 강의 규모를 5번째 단계로 측정했다. 단계가 높을수록 강수량이 많고 피해가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폭풍우가 26일까지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폭풍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폭풍우가 과거 대규모 산불 피해지역에 집중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덕의 수목이 모두 타버린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면 산사태 위험을 더 커지기 때문이다.

산불 피해지역이었던 새크라멘토의 기상청은 "산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도로 폐쇄도 이어지고 있다. 산불 피해지역 인근에 있다면 대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사태 지역을 건너려 하지 말고, 집에서 가장 높은 곳을 대피소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번 폭우 역시 온난화가 근원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아비바 로씨 환경학 교수는 "역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던 캘리포니아가 1주일 만에 최악의 10월 폭우를 맞이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단순히 '더 따뜻한 날씨'가 아니라 기후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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