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과 싸워 권력 쟁취하더니 스스로 장기 독재의 길로"

현재 부통령인 부인은 곧 '공동 대통령'
미국, 사기 선거라며 결과인정 안 할듯
비판 세력 탄압, 미국 이민 행렬 가속화

남편이 대통령, 부인인 부통령인 나라. 바로 남미의 니카라과다. 40년전 독재 정권과 싸워 권력을 쟁취한 부부가 이젠 스스로 독재의 길을 걷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75) 대통령과 로사리오 무리요(70) 부통령 겸 영부인은 장기 집권을 향해 가고 있다.

니카라과에서 비판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하고 있는 다니엘라 오르테가 대통령이 7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4연임이 유력시된다. 5년 임기 대통령과 국회의원, 중미 의회 의원을 함께 뽑는 이날 투표는 니카라과 전역 1만3000개 투표소에서 11시간 동안 치러졌다. 개표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4연임이자 통산 5선에 도전하는 좌파 여당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의 오르테가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하다. 강력한 경쟁자들을 무더기로 체포한 채 치러진 대선이어서 사실상 당선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말이 대통령선거지 미국 국무부와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사기 조작 가짜'선거일 뿐이라며 선거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벌써부터 성명을 내놓았다.

7명의 라이벌들을 모두 투옥시켰으며 체제 비판의 기업가, 언론인, 학생, 농업 대표 등 39명도 감옥에 보냈다. 그러나 오르테가는 8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될 것이 예상되고 있다. 오르테가의 부인인 로자리오 무릴로는 현재 부통령인데 이번 선거에 이기면 오르테가는 무릴로와 공동 대통령 집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660만 명의 니카라과는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 사이 및 대서양 카리브해와 태평양 모두에 연한 빈곤한 나라다. 오르테가는 1970년대부터 독재자 소모사 정권과 싸우는 마르크시스트 산디니스타 반정부 게릴라 그룹을 이끌었다. 정권 타도에 성공해 오르테가는 1985년부터 6년간 대통령을 지냈다.

이 기간 당시 미국의 레이건 정부는 사회주의 산디니스타 정권을 타도하려는 반정부 세력 연합의 '콘트라'에 대 이란 불법무기판매 자금을 제공하다 폭로돼 '이란-콘트라' 특별검사 수사를 받아야 했다.

오르테가는 1990년 대선에서 반 산디니스타 연합의 여성 후보인 비올레타 차모로에게 뜻밖에 패했다. 차모로는 민주 선거로 아메리카 대륙서 뽑힌 첫 여성 대통령었으며 산디니스타 세력은 두 번 더 패배한 뒤 2006년에 되어서야 오르테가가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2011년과 2016년 점점 높아지는 득표율과 함께 3연속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오르테가는 3번째 재임 중부터 반체제 인사들을 철저하게 탄압 단속했고 2018년 이에 반정부 시위가 대대적으로 일어나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이번 4연임 대선을 앞두고 5월부터 오르테가와 무릴로가 비판 세력을 옭죄자 니카라과에서 미국으로 이민가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1월 미국 국경선에서 불법 입국으로 붙잡힌 니카라과인들은 600명도 안 되었으나 7월 한 달에만 1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올 9월까지 5만 명이 니카라과에서 못 살겠다며 미국 국경을 넘다 체포되었다고 워싱턴 포스트 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