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이 외국에서 백신 맞았는데 외국인은 격리…왜?"

[뉴스포커스]

"외국인 백신패스 차별하지 말라" 공개 압박
英·EU 이어 美 동참 대사관 SNS에 항의 물결
접종 마친 미주 한인 입국자들도 큰 불편 호소
한국 질병청, 한달째 대책 못내놓고 침묵 곤혹

한국 정부의 외국인 백신패스 차별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주한대사관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나서면서 한국 외교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 백신을 공여한 미국 정부까지 백신패스 차별에 항의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8일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인도 등 주요국 주한대사관과 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이 자신들의 SNS 계정에 한국 정부의 외국인 백신패스 차별에 항의하는 내용의 트윗을 일제히 올리며 한국 정부를 공개 압박하고 있다.

이들의 트윗은 "(외국인들도) 해외에서 접종을 완료한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공공시설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지난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시작됐던 항의 움직임이 이제는 외교가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러 대사관들이 동시에 트윗, 동영상을 올리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퍼나르는 등 온라인상에서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조직적인 목소리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방역 백신패스 의무 적용 시설을 기존 유흥 시설, 실내 체육 시설에서 식당, 카페, 영화관 등으로 늘렸다. 백신패스 적용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쿠브(COOV 전자예방접종증명) 앱이나 이와 연동된 카카오, 네이버 등을 통해 발급된 증명서로 백신 접종 사실을 인증 받아야 한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경우, 지난 10월 중순부터 해외 백신 기록을 쿠브 앱에 등록하고, 국내 접종자와 동일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는 길이 열렸으나, 같은 입장에 처한 대다수의 외국인들은 백신 이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후 국내에 근무하는 외국인, 해외에서 접종을 마치고 국내에 들어온 외국 국적의 동포 등은 한국 내 활동에 대해 엄청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유럽과 미국 국적인은 올해 초 한국보다 먼저 백신 접종을 완료한 이들이 많은데, 그 당시 의무 격리로 입국한 사람들이 많다.

방역패스를 인정받지 못하는 백신 접종 외국인들은 영화관이나 카페, 식당 출입이 제한된다. 식당의 경우 이른바 '혼밥'이 가능하지만 방역패스가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주한 외교관들의 요청 사항을 접수하고 질병당국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주한 외교사절과의 소통을 지원하고 있지만 질병청이 한달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