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십만 감염…의료체계 부담 가중될라 우려

유럽·호주도 시름…'오미크론 선례' 남아공에선 희망 신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오미크론 변이를 앞세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연말연시에 더 가팔라졌다.

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일까지 일주일 동안 발생한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1천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말 코로나19가 정체불명 폐렴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된 뒤 처음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주일 확진자 1천만명은 기존 대유행 기간에 작성된 최다기록보다 2배 정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국의 하루 신규확진은 역대 최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심각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미국 하루 수십만 감염…의료체계 부담 가중될라 우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일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억9천141만3천여명, 누적 사망자는 546만1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 감염자가 급증해 가파른 확산세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2일 하루 신규확진은 33만7천726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이 집계한 최근 7일간 평균 신규확진자는 40만명을 넘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휴 기간에 통계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이번 주 확진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확진자가 계속 급증함에 따라 의료체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른다.

WSJ에 따르면 미국의 최근 일주일 하루 평균 입원자는 8만3천327명으로 2주 전보다 35% 증가했다.

확진자가 늘면 시간을 두고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덩달아 증가하는 게 팬데믹 이후 일반적 추세였다.

◇ 유럽서도 봇물…영국 하루 신규확진 14만명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여전히 확진자가 수만 명씩 발생하고 있어 의료체계 부담을 둘러싼 근심이 커졌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하루 신규확진은 영국이 14만8천504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페인(9만3천192명), 이탈리아(6만1천28명), 프랑스(5만8천432명) 등이 뒤를 이었다. 한동안 방역 모범국으로 거론된 호주에서도 확진자가 급증하고 입원 환자가 역대 최다로 치솟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4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확진자 3만7천151명이 나와 역대 하루 최다인 전날 3만7천212명에 육박했다. NSW주의 하루 입원자는 1천344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다였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면역학자 모니카 간디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이제 완전히 다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이번 대유행을 진단했다.

간디는 "바이러스는 항상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가 너무 많은 면역을 유도해 팬데믹이 종식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남아공 정점 지났나…확진·중증 디커플링 여부에 촉각

작년 11월 말에 처음으로 오미크론 변이를 보고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확산세가 꺾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렌다 그레이 남아공의료연구위원회 위원장은 2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자국 4차 대유행의 정점이 지났다고 밝혔다.

남아공은 지난달 30일 심야 통행금지령을 해제하고 감염자 추적을 위한 역학 조사를 중단하는 등 방역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남아공은 오미크론 변이의 첫 진원으로 선례의 의미가 있는 까닭에 세계 각국이 현지 실태나 연구결과를 주시한다.

그레이 위원장은 예전 유행과 비교할 때 이번 유행 때 입원자, 사망자가 줄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하기도 했다.

이는 오미크론 변이가 기존 변이보다 전염력은 강하지만 중증 위험은 작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최근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기에 확진자와 입원자 규모의 연계성이 끊어졌다는 연구결과도 공개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이뤄진 한 연구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4차 대유행 때 입원한 환자가 중증환자가 될 위험은 델타 변이에 따른 3차 대유행 때보다 73% 작은 것으로 분석됐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대학의 면역학자 웬디 버거스는 "입원(중증)과 확진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라고 연구결과를 해설했다.

한편, 각국은 남아공 등지의 상황을 주목하면서도 여전히 중증 위험성에 대한 경계는 늦추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백신 4차 접종, 먹는 항바이러스 치료제 도입 논의를 마친 가운데 오는 9일부터 국경봉쇄 조치를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부스터샷을 오미크론 변이 대책으로 내세운 미국은 현행 16세 이상인 화이자 부스터샷의 접종 허용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낮추기로 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