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된 ‘유전자 자가진단키트’ 크리스마스 선물…병원 실수, 전혀 다른 DNA 결과 충격

[월요화제]

인공수정 임신 시술때 다른 男 정자 잘못 수정

“한 가족 삶 송두리째 바꿔놔” 병원 상대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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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용 ‘DNA 자가진단 키트’ 인기, 매출 47%↑

“인공수정시술 분야 관리 엉망, 규제강화 시급”

미국 오하이오에 사는 마이크 하비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다. 그는 아내 지니와의 사이에 시집간 제시카라는 딸이 하나 있다. 지난해 겨울 그녀는 서른 번째 생일을 가족의 모국인 이탈리아에서 보내겠다고 했다.

이에 아버지 마이크는 이탈리아에 사는 먼 친척과의 혈연 관계를 확인해보라고 여행길에 오른 딸에게 지난해 성탄 선물로 유전자(DNA) 자가진단 키트를 건넸다.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낯익은 ‘앤시스트리 닷컴’의 키트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이탈리아 혈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딸 제시카는 뜻밖의 자가진단 결과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이탈리아 핏줄 대신 잉글랜드와 아일랜드, 웨일스, 독일 핏줄이 섞인 것으로 나온 것이다.

그때부터 악몽의 시작이었다. 30년 가까이 금지옥엽 길러 시집까지 보낸 딸이 아버지의 핏줄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니 오죽 했을까. 알고보니 지난 1992년 딸 제시카를 임신할 때 인공수정(IVF) 시술을 한 병원이 다른 남성의 정자를 대신 수정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에 빠진부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4일 BBC가 보도한 사연이다.

“친부녀 관계 가능성 O”

매체에 따르면 아버지 마이크는 딸이 고교 재학당시부터 이탈리어를 배우도록 했다. 특히 할머니와는 이탈리아어로만 얘기를 나누도록 교육시킬 정도로 자신의 핏줄임을 확신했던 마이크로선 어처구니도 없고 황당하기도 한 자가진단 결과였다.

혹시 잘못된 결과일지 몰라 다른 유전자 검사업체에도 조사했으나 아버니 마이크와 딸 제시카가 한 핏줄일 가능성은 0이란 야속한 답이 돌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 부부는 제시카의 친아버지를 찾아냈다. 자신들과 비슷하게 1991년에 같은 병원의 같은 의사 니콜라스 스퍼토스의 도움을 받아 IVF 시도를 했지만 임신에 실패했던 친아버지의 정자가 마이크의 정자 대신 수정된 사실이 확인됐다.

“잠에서 깨어보니 딴 가족”

마이크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잠에서 깨어보니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고 있는 느낌이었다”며 “현실이 통째로 당신이 믿던 대로가 아님을 깨닫는 일은 설명하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에대해 병원 측은 성명을 통해 “마이크 가족에게 상당한 충격일 것을 이해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아주 제한된 정보 밖에 없지만 우리는 가족을 대변하는 변호인과 협력해 다음 단계를 밟겠다 ”고 밝혔다.

이처럼 집에서도 간편하게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키트가 인기를 끌면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DNA 자가진단 키트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23andMe’의 경우 지난해 10월 매출이 무려 47%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마스 등 연말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 가족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애덤 울프 변호사는 “지난해 성탄과 연말연시 휴가 시즌에 마이크 가족과 비슷하게 DNA 검사를 해보고 충격적인 결과에 놀란 사람들이 이달 들어 잇따라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가주서도 유사 케이스

아이러니컬하게도 ‘23andMe’의 자가진단 키트 포장에는 “예상치 못한 혈연 관계를 알게 될 수도 있다. 흔치 않지만 이런 발견 때문에 당신과 가족에게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을 정도다.

울프 변호사는 IVF 산업에 더 많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 분야가 “황량한 서부(Wild West)” 시대와 같다고 단언했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캘리포니아주의 한 커플이 지난 2019년 딸이 전혀 외모가 닮지 않아 확인했더니 클리닉의 IVF 시술 과정에 실수가 일어난 사실을 확인해 친딸을 돌려주기로 한 일이 있었다.

30년 가까이 친딸로 알고 제시카를 키워온 어머니 지니는 “결코 상상하지도 못했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성탄 선물 하나가 우리 가족의 행복했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