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이혼 부부, 은닉 가상화폐 두고 재산분할 싸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남편이 아내 몰래 숨겨놓은 비트코인이 미국 이혼소송에서 재산권 분할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이혼 전문 변호사 재클린 뉴먼은 과거에는 침대 매트릭스 밑에 숨겨둔 돈과 조세회피처 케이맨 제도에 보관한 재산이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은닉 가상화폐가 이혼소송의 주요 논쟁거리가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 자산 분석업체 사이퍼블레이드의 폴 시베닉 조사관은 최근 몇 년간 이혼소송 고객이 약 100건의 가상화폐 추적 작업을 의뢰했다며 남편이 아내 몰래 숨겨둔 1천만 달러(120억 원) 이상의 가상화폐를 찾는 일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고 털어놨다.

NYT는 이혼소송 변호사와 조사관들을 인용해 배우자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디지털 자산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며 주로 남편이 아내 모르게 이런 일을 한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 사업가 프랜시스 드소자 부부의 이혼소송은 비트코인 분할을 둘러싼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다.

생명공학회사 일루미나 최고경영자(CEO) 드소자는 2013년 4월 15만 달러(1억8천만 원)어치 비트코인 1천여 개를 샀고, 같은 해 말 아내와 별거했다.

드소자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의 파산으로 비트코인 보유분의 거의 절반을 날려버렸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남편이 은닉한 비트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법원은 2O2O년 판결을 통해 드소자가 아내에게 가상화폐 거래 정보를 완벽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600만 달러(72억 원) 가치의 비트코인을 아내와 나누라고 명령했다.

포렌식 업체 조사관 닉 하이모니디스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남편이 은닉한 가상화폐를 추적한 사례를 소개했다.

법원 허가를 받아 확보한 한 남편의 노트북에선 70만 달러(8억4천만 원)어치 가상화폐가 담긴 디지털 지갑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남성은 아내가 이혼소송을 제기하자 200만 달러(24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거래소 계좌에서 디지털 지갑으로 이체한 뒤 미국을 떠나버렸다.

NYT는 디지털 지갑의 비밀번호를 남편이 공개하지 않아 가상화폐 재산 분할이 불가능해지자 남편의 다른 재산에서 아내 몫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이혼소송을 해결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