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면 지지로 서방과 '신냉전' 격화 상황은 피해

러와 교역 강화 통해 '상부상조'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러시아가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간 전략적 협력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서방이 전례 없는 고강도 제재를 예고한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공조 강화를 택할지 아니면 중립 노선을 택할지는 이번 사태의 전개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中 '친러적 중립노선' 보여

중국은 24일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비판이나 유감을 표명하지 않은 채 대화를 강조했다.

러시아를 거의 전적으로 지지하던 입장에서 지난 주말부터 러시아의 안보 우려와 유엔 헌장의 영토 보전 원칙을 동시에 거론하며 중립 노선으로 조정한 듯했다.

그랬던 중국은 서방의 제재가 가동되기 시작한 뒤인 23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 계기에 미국과 유럽 중심의 러시아 제재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러시아에 힘을 실어줬다.

이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4일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각국이 자제해 상황이 통제를 잃지 않기를 촉구한다"며 대화와 협상을 위한 각국의 노력을 촉구했다.

화 대변인은 또 중국은 러시아의 행위를 침략행위이자 유엔 헌장 위반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과 경위가 있고, 오늘날의 상황은 각종 원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이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며 전쟁의 위협을 선동했다며 미국을 맹비난했다.

또 중국이 그동안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주권과 영토 보전' 등 입장을 밝혀왔다고 소개하며 러시아의 입장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반대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음을 상기시켰다.

대체로 외교가에서는 현재까지 표면적으로 드러난 중국의 태도를 '친러적 중립노선'으로 평가하고 있다.

◇ 신냉전 기로 속 노골적 러 지지도, 제재 동참도 안할듯

지난 4일 중·러 정상회담 후 나온 공동성명에 명시된 양국 관계는 '준동맹'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러시아가 무력 침공의 방아쇠를 당긴 상황에서 중국도 바쁘게 계산판을 두드리고 있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우선 주권과 영토 보전 원칙을 거론해온 중국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행동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서방과의 대립을 더 심화시키고, 대만 독립 저지를 위한 정치적 명분을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에는 신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춘잉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가능성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의 군사시설과 설비를 제공한 것과 같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서방이 러시아에 맞서 더욱 결집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와 서방 간 갈등에 적극 개입함으로써 미국-유럽 대 중국-러시아를 축으로 한 신 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어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논의될 러시아 제재안에 찬성표를 던지거나 한층 고도화될 미국과 유럽의 독자적인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결국 중국은 명확하게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은 채, 대화와 협상을 통한 갈등 해소를 촉구하면서 상황 전개를 지켜보면서 행동 방향을 조정해 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 러시아와 경제관계 강화하며 '상부상조' 꾀할 듯

대신 중국은 러시아와의 경제 관계를 강화하며 간접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동시에 실익도 챙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러시아 에너지 수입량을 늘리는 등 방식으로 중·러 간의 기존 교역 틀을 활용해 상부상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으로 있을 원자재 가격 파동 속에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한편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견딜 수 있는 힘을 공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견해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난해 무역 규모는 1천468억7천만 달러(약 175조원)로 전년보다 35.9% 증가했다. 중국은 12년 연속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켰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는 동안 국제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의 교역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천연가스, 곡물 등을 안정적으로 도입하는 동시에 러시아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3일 자로 종전 러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수입할 수 있도록 해온 러시아산 밀을 러시아 전역에서 수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그런 맥락에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화춘잉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정상적인 교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