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때 문재인과 단일화 '데자뷔' 설왕설래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잠행 모드다.

연이틀 윤 후보의 유세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을 달래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대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촉박한 스케줄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나온다.

4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대표는 이날 오후 6시에 개인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안 대표는 대선 출마 이후 지난 4개월간 자신을 도왔던 이들에게 전화 등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자택에서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전날에도 오전 8시께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낮 12시30분에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한 뒤 아무 공개일정 없이 하루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극적으로 성사되긴 했으나 시기적으로는 한발 늦은 단일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안 대표가 전날 오후 유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단일화 첫날 두 사람이 현장 유세에 함께하는 일정은 불발됐다.

사전투표 첫날인 이날까지도 윤 후보와의 공동유세 계획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이날 안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진행된 윤 후보의 유세에 안 대표가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훈훈한 투샷'은 역시나 불발됐다.

안 대표가 언제·어떤 모습으로 공동 유세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윤 후보 입장에서 안 대표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고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화학적 결합'을 이루는 지원 유세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휴일인 5일 저녁 윤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안 대표의 자택이 있는 서울 노원구로 예정돼 있어, 안 대표가 합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이마저도 미지수다.

안 대표의 투표 일정도 미정이다.

국민의당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틀째 당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 대표의 결정을 비판하며 '탈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후폭풍이 여전히 거센 상태다.

이날 게시판에는 "투사보다는 투자를 선택하셨군요", "안 후보님 지지자들과의 약속은요", "능력? 대의? 명분?", "대한민국 정치사 최고의 코미디", "이럴 거면 완주선언은 왜 하셨는지" 등의 제목으로 안 대표의 단일화 결정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유세버스 사망 사고 때 안 후보가 완주 의사를 밝힌 발언을 상기시키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더니", "돌아가신 분의 유지는 어디에…" 등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윤 후보와의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반대해왔던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안 후보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황무지에서 함께해준 동료와 지지자들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책임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하고 말씀드리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2012년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단일화를 했을 당시 모습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도 오가고 있다.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문 후보와 앙금이 쌓였던 안 대표는 전폭적인 지원 유세를 꺼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쪽 단일화'에 그쳤다는 이야기가 나왔었다.

안 대표는 당시 후보직 사퇴 이후 2주가 지나서야 문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대선 당일에는 투표를 마친 뒤 투표 결과를 확인하지 않은 채 오후에 곧바로 방미길에 오르면서 뒷말을 낳았다.

안 대표측에서는 대선이 불과 닷새밖에 남지 않은 만큼, 주말에는 공동 유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안 대표가 급작스럽게 내린 결정에 대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 먼저인 만큼 하루 이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후 '안철수TV'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자진사퇴 방식의 단일화를 택한 이유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 대표는 이날 A4 2장 분량으로 쓴 손편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저의 완주를 바라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며 "단일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자칫하면 그동안 여러분과 제가 함께 주창했던 정권교체가 되지 못하는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거듭 이해를 구했다.

앞서 전날에는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저의 단일화 결심에 반대하고 실망하신 당원동지 여러분께 깊이깊이 사죄드린다", "저와 함께 거친 광야에서 꿈꾸고 노래했던 일당백 당원동지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다 함께 모여 한 분 한 분 귀한 말씀 여쭙고 결정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거듭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안 대표가 어제와 오늘은 선거를 도와주셨던 분들에게 전화를 드리며 주변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유세는 무조건 갈 텐데 당원들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오후 유튜브 방송을 한 뒤, 주말이나 휴일부터 현장 유세에 함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