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이르핀서 대피 중 러시아군 포격에 숨진 민간인들

"러 민간인 살상 부인하는 상황서 실상 알리는 데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일가족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이례적으로 1면에 게재했다.

NYT는 이날자 지면 1면에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인근 소도시 이르핀 거리에서 피투성이가 돼 쓰러진 일가족을 살피는 정부군 병사의 모습을 담은 5단 크기의 사진을 실었다.

NYT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이르핀 바깥으로 대피하던 중 러시아군의 박격포탄 파편에 맞은 현지 주민들이다. 어머니와 아들, 딸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이들과 함께 이동하던 지인도 중상을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주요 언론사들은 대체로 사망자의 시신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을 게재하는 행위를 지양해 왔던 까닭에 NYT가 희생자들의 모습을 담은 기사를 1면에 대대적으로 실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NYT는 전날까지만 해도 해당 사건을 트위터를 통해 전달하면서 "적나라한 사진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경고를 삽입했지만, 이후 내부 논의를 거쳐 보도 기조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NYT는 온라인판에 실린 같은 기사에선 민간인들이 있는 거리 한가운데서 갑작스레 폭발이 일어나고 정부군 병사들이 쓰러진 시민들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프리랜서 기자가 찍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잔혹한 장면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은 그러한 보도를 지양하는 기존 방침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직면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해당 사진을 촬영한 NYT 기자 린지 아다리오는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내가 민간인들이 직접 표적이 됐다는 것을 목격한 경우"라면서 러시아군이 민간인 살상을 부인하는 현 상황에서 "이 사진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NYT의 클리프 레비 부편집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해당 사진이 실린 이날자 1면이 이번 전쟁과 관련해 제작된 가장 중요한 1면 보도 중 하나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NYT의 이러한 결정이 전쟁의 참혹한 현실 전달과 수위 조절 사이에서 고민하는 언론에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전했다.

여타 서방 매체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기조를 전환할 조짐을 보인다.

미국 CNN 방송은 전날 밤 같은 영상을 방송에 내보냈고, AP도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진들을 수위가 높을 수 있다는 경고를 붙여 내보내고 있다.

데이비드 에이크 AP 사진국장은 불필요하게 폭력을 묘사하는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있지만, 민감할 수 있는 사진을 별도로 표시해 고객들로 하여금 사용 여부를 직접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