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 입자 뮤온 활용…비밀공간 찾아냈을 때보다 100배 더 강한 장비 활용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쿠푸(Khufu)왕의 대(大)피라미드 내부를 우주선(線) 입자인 뮤온(Muon)을 이용해 다시 들여다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뮤온은 성층권에서 빛에 가까운 속도로 떨어지는데 투과하는 물질의 밀도에 따라 잃어버리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 X선보다 더 깊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스캔 피라미드 미션'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뮤온 단층촬영에서 쿠푸왕의 방으로 연결된 갱도(grand gallery) 위에서 길이 30m, 높이 6m의 넓은 공간이 확인돼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번에는 당시 장비보다 훨씬 더 성능을 강화한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 내부 구조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공간이 비밀의 방인지, 피라미드 건축 구조와 관련된 것인지 등 무슨 용도로 설치된 것인지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 등에 따르면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FermiLab) 연구원 앨런 브로소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새로운 대피라미드 뮤온 단층촬영 방안을 정식 출간 전 논문을 수록하는 온라인 저널 '아카이브'(arXiv.org)에 공개했다.

뮤온은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이 대기와 충돌해 만들어내는 2차 입자 중 하나다. 100만분의 1초 만에 붕괴하고 말지만 빠른 속도로 떨어져 붕괴 전에 지상의 물체를 통과한다.

뮤온 단층촬영은 지속해서 떨어지는 뮤온를 정밀하게 측정해 보이지 않는 내부를 파악한다.

연구진은 이전에 활용됐던 것보다 감도가 100배 더 뛰어난 뮤온 망원경(감지기)을 만들어 대피라미드 기부에서 위치를 옮겨가며 거의 모든 각도에서 뮤온를 측정함으로서 "처음으로 대형 구조물의 진짜 단층촬영 이미지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새 뮤온 망원경은 이동이 용이하도록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박용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들 예정이며, 네 대의 컨테이너를 한 쌍으로 한 뮤온 망원경 두 대를 활용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뮤온 망원경이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해 대피라미드 공간 내에 있는 유물의 존재까지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브로소 박사는 "공간 내에 항아리나 금속, 나무, 돌 등과 같은 물질이 있다면 식별할 수 있다"고 했다.

높이가 146.5m에 달하는 쿠푸왕의 대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유일하게 파손되지 않고 남아있다. 이집트 제4왕조의 파라오로 기원전 2551∼2528년 재위한 쿠푸를 위해 약 20년에 걸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구진은 이집트 당국의 허가를 받았지만 뮤온 망원경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후원자가 나서면 장비를 제작하는 데만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장비가 설치되면 첫 결과는 1년 정도면 나오고, 완벽한 결과를 얻는 데는 2∼3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