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손상에 선관위 신뢰도 문제…국힘 이어 민주 일각서도 사퇴론

(서울·과천=연합뉴스) 정아란 정수연 기자 =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7일 3·9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에 따른 사퇴 요구를 일축, 지방선거 관리 및 쇄신을 앞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선거 관리의 핵심 전제인 국민의 신뢰에 금이 가면서 리더십 손상이 일부 있었던데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사퇴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 혼란이 우려된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 및 아들 관련 의혹 등으로 관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의 사직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선관위원 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선거 관리를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선관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흔들림 없이 준비·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 쇄신 의지 등도 밝혔다.

노 위원장이 직원들에게 이메일까지 보낸 것은 일선 선관위를 책임지는 1급 상임위원들이 전날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5일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현장에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상징되는 대혼란이 벌어졌을 당시에 본선거 관리에 집중하겠다면서 "다른 말씀은 다음에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대선이 끝나고도 사퇴 요구가 계속됐고 김 전 사무총장이 전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노 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노 위원장은 76일 남은 6·1 지방선거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선관위 안팎에서 고조된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일축했다.

현직 대법관인 노 위원장은 지난 2020년 11월 취임했으며 관례상 대법관 임기인 2024년 8월까지 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다만 노 위원장이 지방선거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사퇴 요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소쿠리 투표' 참사의 책임자인 노 위원장은 사퇴 결단하라"며 재차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부실 관리 사태 이전에도 선관위가 현 여권에 편향돼 있다며 비판해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신불립(無信不立·신뢰 없이 설 수 없다)"이라며 "노 선관위원장의 길은 이제 사퇴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사퇴 요구에는 거리를 뒀던 민주당 일각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선거 사무는 국민의 선택과 결과에 대한 신뢰로 국가 운영의 기회가 오가기 때문에 단순한 실수로 여기며 넘어갈 수 없다"고 "한 번의 실수로 족하다. 물러나세요"라고 말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개인 의견을 전제로 "워낙 큰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사의를 표한 김 전 사무총장의 면직이 하루 만에 의결된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선관위에 재직 중인 아들의 채용·승진·출장 과정에 특혜 논란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 진상 규명과 그 결과에 따른 인사 조처 없이 사직서를 수리했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김 전 사무총장이 공석으로 지방선거 사무를 일단 박찬진 사무차장이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것을 두고도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무차장도 이번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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