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다…문대통령 협조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 없어"

"통의동 사무실 방탄유리 아냐…경호 공백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1일 청와대가 '용산 대통령 집무실' 구상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계속 협조를 거부한다면 정부 출범 직후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기가 시작되는 5월 10일부터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구 권력의 정면충돌 양상이 나타나면서 당분간 정국 급랭이 예상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청와대의 집무실 이전 입장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윤 당선인은 어제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대해 국민께 정중하고 소상하게 말씀드렸다"며 "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은 통의동에서 정부 출범 직후부터 바로 조치할 시급한 민생문제와 국정 과제를 처리해나갈 것"이라며 "5월 10일 0시 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경호가 취약한 인수위 사무실에서 대통령으로서 집무 시작이 실제로 가능할지, 국방부 이전 작업이 시차를 두고 추진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윤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며 "집무실 이전 반대는 청와대의 몽니로 보이지만, 새 정부로선 싸우지 않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 청사에 가지 말라고 하면 인수위 사무실에 있으라는 이야기인데, 통의동 사무실은 방탄유리가 아니다"라며 "경호 공백 문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고, 5월 10일부터 새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이어 청와대까지 사실상 제동을 걸면서 용산 이전 로드맵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yu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