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국 정부 진정성·노력 아랑곳 없이 ICBM 발사…'업적'꼽은 대북정책 성과 무색
[집중분석]

 美 전문가들 "우크라 사태가 김정은엔 기회"
 보수 尹 정부 출범에 강경 신호탄 무력시위
"김정은, 우크라 사태 틈타 도발 가능성 키워"

문재인 정부가 집권 내내 강조했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은 북한의 ICBM 발사로 무색하게 됐다. 2018년 한반도에 찾아왔던 릫따뜻한 봄날릮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기약하기 어렵게 됐다.

원점으로 돌아간 남북 관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까지도 종전선언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그동안 북한의 '모라토리엄' 유지를 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꼽아왔다.
남북관계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연거푸 쏘아 올리던 2017년과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가지 않은 것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일관된 노력 덕분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진정성과 노력은 아랑곳하지 않고 ICBM을 전격 발사하며 모라토리엄을 파기해버렸다.
정부가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위를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라고 매일같이 촉구했음에도, 북한은 미국에 전향적인 대응을 요구하듯 무력시위를 벌였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마지막 하나 남은 대북정책 성과마저 무색하게 된 셈이다.
지난 2018년 1년에 무려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최고 전성기를 거치며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을 것 같았던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처럼 다시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예견된 상황, 핵 개발 결심 굳혀"
한편 미국의 전문가들은 24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예견된 상황이라면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상황이 오히려 도발 가능성을 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연구센터 센터장은 이날 트위터 기고문에서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집중한 향후 몇 주가 북한을 포함한 불량 국가들이 문제를 일으킬 절호의 기회"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김정은 입장에서 핵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결심을 한층 굳히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역대 한국의 새 정권 출범과 맞물려 핵 도발을 감행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보수 정당 후보였던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강경한 대북 정책을 펴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올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가 10년을 맞이하고, 김정일 생일(2월 16일) 80주년, 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 등이 돌아오는 상징적인 해라는 점도 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내달 한미훈련, 또 도발 우려
두연 김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 연구원은 "수차례 경고했듯 북한의 ICBM 시험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며 "세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눈을 돌렸을 때가 안전한 시점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NK뉴스 설립자 채드 오캐럴은 연달아 트윗을 올리고 "이번 발사로 북한의 모라토리엄(발사유예) 파기는 분명해졌다"며 "핵실험 역시 이 연장선에서 감행되더라도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상태 변화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한미는 일단 내달 예정된 연합훈련을 비롯해 북한을 억지하기 위해 군사 훈련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고, 이는 김정은이 도발 행위를 정당화하는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