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권교체"  바이든 아홉단어 파장

"더는 권력 가져선 안돼"…러 인위적 정권 교체 의도 해석 
백악관 '화들짝', 국무장관도 "미국 그런 전략 없다" 해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표현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고도로 계산된 외교 전략인지, 격앙된 감정 탓에 새어 나온 말실수인지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 순방의 마지막 일정이던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한 9개 단어의 발언은 큰 파장을 낳았다. 그는 "그야말로, 이 사람이 더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For God's sake, 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r)고 원고에 없던 말을 즉석에서 했는데, 이는 곧장 러시아의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는 미 언론의 대서특필로 이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폴란드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피란민을 만난 후에는 푸틴 대통령을 '도살자'로 일컬었다. 또 지난 17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살인 독재자', '순전한 폭력배'라고 비난했다. 그보다 하루 전인 16일에는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다.
이를 두고선 푸틴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부각해 유럽·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의 단일 대오를 유지하려 하는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발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행정부 기조 벗어난 발언
바이든 대통령이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다가 말실수를 내뱉었을 가능성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는 발언 직전에는 폴란드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 대한 폭격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정황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러시아의 인위적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미 행정부의 기조에서 정면으로 벗어난 것이어서 큰 논란을 초래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별도 설명자료를 냈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하거나 침략을 할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우리는 다른 어떤 (국가의) 정권교체 전략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즉흥 발언 전 세계적 대소동"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말실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폴란드에서 미군 장병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결사 항전을 치켜세우면서 "현장에 가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에 미군을 절대 파병할 수 없다던 기존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고, 백악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 투입은 없다고 다시 한번 설명해야 했다.
또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비례해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학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비쳐지자, 백악관은 "미국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의 단어는 사람을 전쟁터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무겁다고 언급했다며 즉흥적인 9개 단어((For God's sake, this man cannot remain in powe)가 전 세계적 대소동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도살자 발언에
마크롱, "말 조심하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7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멈춰 세우려면 단어 사용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3 방송에 출연해 조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사용한 “도살자”라는 표현과 관련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먼저 휴전을 하고 외교적인 수단으로 러시아군을 완전히 철수시켜야 한다”며 “그렇게 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말·행동으로 긴장을 고조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