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용 5억6천800만 배럴…미국 28일치·한국엔 218일 사용분

'물가와 전쟁' 바이든, 4개월간 3차례 시장 방출 명령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정부가 방출을 발표한 전략비축유(SPR)는 미 대통령이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위기 때마다 요긴하게 꺼내 쓰는 수단 중 하나다.

백악관은 향후 6개월 동안 하루에 전략비축유를 100만 배럴씩 시장에 내보내라고 지난달 31일 명령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제재의 여파로 석유공급 불안이 심화하자 나온 조치다.

석유는 다양한 산업의 생산에 쓰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운송 수단의 필수 연료다.

이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가격이 치솟으면 다른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밀어올린다.

유가상승이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 집권당에 큰 정치적 부담을 지울 수도 있다.

이 같은 폭발력을 지닌 고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부터 지속된 현상이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11월 23일, 지난달 1일을 포함해 최근 4개월간 세 차례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다.

사실 전략비축유는 물가를 잡기 위해 행정부 수반인 미국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구 가운데 하나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략비축유는 따로 저장고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중남부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에 있는 소금동굴(최대용량 7억 배럴)에 저장돼 있다.

소금의 화학적 성분이 석유의 누출을 막아줘 지상 저장탱크보다 안전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현재 저장량은 5억6천800만 배럴로 작년 중반 6억5천만 배럴보다 양이 다소 줄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아 집계한 2019년 기준 각국 석유 소비량을 보면 현재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미국(하루 2천54만배럴)에서 28일, 한국(하루 260만배럴)에서 218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전략비축유는 소금동굴에 물을 부어 꺼낸다. 물보다 비중이 낮은 원유가 떠오르면 포집한 뒤 송유관을 통해 정유시설로 보낸다.

전략비축유는 1970년대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공급을 무기화한 석유파동 때 긴급사용분을 따로 저장할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도입됐다.

미국은 원유 수출이 수입보다 많은 순수출국이지만 여러 이유로 비축을 유지해왔다.

전쟁 같은 지정학적 사태,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 운하 봉쇄와 같은 선박 운항 차질, 재정적자 완화 필요성 등 여러 상황에서 비축유를 방출한 전례가 있다.

조지 W.H. 부시 대통령은 1991년 걸프전쟁 때 3천400만 배럴을 꺼내 1천700만 배럴을 사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1년 리비아의 원유 공급망이 붕괴하자 여파를 막으려고 3천만 배럴 방출을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카드가 물가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일단 지켜볼 일이다.

유가를 결정하는 원유 수요와 공급에는 전쟁, 산유국 담합, 자연재해, 코로나19 확산세, 제조업 경기 등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다만 세계 전체의 석유 사용량을 보면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가 결코 작은 추가공급량이 아니라는 점은 사실이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방출량이다.

전 세계에서 하루 소비되는 석유는 9천700만 배럴 정도이며 미국이 그 가운데 2천만 배럴을 차지한다.

일단 바이든 대통령의 비축유 방출 결정이 전해진 직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7% 급락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바이든 대통령이 10년 만의 전략비축유 방출을 발표했을 때 유가는 2주 정도 떨어졌으나 이후 다시 상승했다.

유가는 올해 들어 무려 40% 치솟았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변수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