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누리꾼 '옹호 단톡방'…비판 쏟아지자 자진삭제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이은해(31)·조현수(30)씨 검거를 돕기 위한 모바일 단체대화방이 등장했다.

11일 카카오톡에서 이은해와 조현수를 검색하면 '양주계곡 이은해 조현수 검거방' 등 오픈대화방이 운영 중이다. 160명이 넘게 참여한 한 대화방에는 "은해 어디있을까. 추리해보자"라는 공지글이 올라와 있다.

대화방에서 누리꾼들은 이들의 평소 활동, 거주지역, 예상 도피장소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보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검찰이 이씨와 조씨의 얼굴 사진을 언론에 제공하고 공개수배한 뒤 누리꾼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도 이들의 행적을 추적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이씨를 옹호하는 단체대화방을 운영했다가 논란을 빚었다.

'이은해 팬톡방', '은해의 은혜 이은해 팬클럽', '가평계곡 이은해 팬톡방' 등 오픈대화방이 운영됐다.

한 대화방에는 "범죄는 중요하지 않다. 얼굴이 중요하다. 예쁘면 무든게(모든 게) 용서된다"라는 공지글이 올라왔다.

대화방에서 누리꾼들은 "가스라이팅을 왜 당했나"라거나 "전부 본인이 한 것"이라는 등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용의 글도 게시했다.

"제정신이냐?" 등 대화방 참가자들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으나 "이은해보다 이쁘지 않으면 욕할 자격도 없다" 등 피의자를 옹호하는 주장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 대화방 중 상당수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이날 오후 현재 이름을 바꾸거나 운영자가 방을 삭제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이들이 익명성에 기대서 이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을 올리는 이들은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가학성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현수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지만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를 받다가 도주해 4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씨는 또 A씨가 숨지기 전 그의 가족 카드로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2천만원 이상을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A씨 계좌에서 이씨나 공범 조씨 등에게 송금된 돈도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7∼2019년 해외여행 중 소지품을 도난당했다고 허위 신고해 본인 또는 남편의 여행보험금을 최소 5차례에 걸쳐 800만원 넘게 가로챈 정황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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