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군 낙하시범 '위협' 오인 대피령…1년 전 1·6사태 악몽 스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20일 저녁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 의사당 일대에 내려진 '긴급 대피령 소동'으로 핵심 시설에 대한 보안상 허점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해 '1·6 의사당 폭동'으로 의사당이 홍역을 치렀는데도 여전히 기관 사이의 정보 교환과 같은 보안의 기본이 정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크다.

이번 소동은 의사당에서 1.6㎞ 떨어진 야구장에서 사전행사로 진행된 미 육군 낙하부대의 공중낙하 시범을 의회 경찰이 오인하면서 벌어졌다.

주최 측의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의회 경찰이 낙하부대원들을 태운 항공기가 의사당 쪽으로 접근하는 것을 '위협'으로 판단한 것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연방항공국(FAA)이 의회 경찰에 비행 일정을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FAA의 누가 책임을 질지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런 명백한 과실로 인한 불필요한 공황은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의회 습격의 트라우마로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의원과 직원에게 특히 해로웠다"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해 1월6일 대낮에 의사당에 집단 난입해 4시간 동안 점거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 등 5명이 숨졌다.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 오점으로 남는 이 초유의 사건은 법 집행기관 간의 정보 공유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의사당 대피 소동 하루가 지난 21일 당국은 여전히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낙하부대원을 태운 항공기는 FAA가 지정한 비행제한구역에 있었다. 2001년 9·11일 테러 이후 이 구역에 진입하려면 특별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육군 측은 FAA 사전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육군 신병모집 사령부 대변인은 낙하부대가 모든 필요한 서류를 FAA에 제출했고, 사전에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조종사들이 작전 시작 전과 도중에 FAA와 통신을 유지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항공기는 오후 6시 9분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이륙해 41분 후 귀환했다.

미 영공을 감시하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항공기 비행이 허락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국토안보부는 이 항공기의 비행계획을 알고 있었는지는 묻는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백악관 일대에는 대피령이 내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기관 간의 입장 차이는 미국 정부 내 소통이 단절됐다는 방증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보안 문제는 이미 2015년 플로리다주의 한 남성이 프로펠러기(자이로콥터)를 타고 의사당에 착륙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대두됐다.

이후 대대적으로 시스템 정비를 위한 검토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미비하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

다만 전 FAA의 법률 고문인 케네스 퀸은 "미군과 다른 연방기관들과 이해관계가 뒤섞여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사건은 복잡하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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