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와중에도 순방길…중국 코앞에서 쿼드 회의 개최

윤석열정부와 대북정책 조율 예상…北에 던질 메시지 주목

한미일 3국 협력 위한 한일 관계 개선에도 방점 둘 듯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다음 달 20∼24일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순방 기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사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은 작년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외교적 역량의 상당 부분이 유럽 쪽에 쏠린 상황에서 동북아를 찾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순방은 대중국 견제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공고히 하고, 최근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 문제에서의 공조 강화, 한일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2일 한국을 먼저 찾아 새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정상회담을 한 뒤 22일 일본으로 이동해 미일 정상회담과 함께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대중국 견제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방의 가장 큰 목적은 미국이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둔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일 양국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과 한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국무·국방장관이 처음으로 순방한 곳이자 백악관에서 1∼2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국가일 정도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교·안보 전략에서 큰 비중을 둔 두 나라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역시 쿼드 정상이 올해 봄에 일본에서 회담하기로 합의한 데서 출발했다. 중국의 코앞에서 보란듯이 쿼드 회의를 개최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실제 백악관은 순방 보도자료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굳건한 약속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할 정도로 중국 견제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겨냥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백악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2∼13일 워싱턴DC에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 특별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사실도 언급하며 한일 순방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1년 넘는 집중적인 외교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갖는 첫 정상회담 역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윤 당선인은 대중 관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다른 기조를 보일 것임을 예고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면, 윤 당선인은 한미동맹의 '재건'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한미동맹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고, 한중 관계에서도 상호 존중에 기초한 외교를 강조한다.

문 대통령에 비해 한미동맹에 좀더 비중을 둔 스탠스라는 해석을 낳는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중국 문제에서 한국의 더욱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낼 기회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순방 기간 다뤄야 할 핵심 의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이 남북교류 확대와 북미 비핵화 대화 견인에 공을 들였다면, 윤 당선인은 확장 억지력 강화, 한미연합훈련 재개 등 상대적으로 원칙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여온 만큼 한국의 새 대통령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며 손발을 맞출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외교를 통한 해법,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했음에도 북한의 호응이 없는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한을 향해 직접 메시지를 발신할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순방 기간 한일 관계 개선 역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 북한 문제에서 한미일 3국의 공조가 중요한 데 한일 갈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문제 의식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사에서 비롯된 갈등을 뛰어넘어 중국, 북한을 비롯한 각종 글로벌 현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