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피고인 발언, 피해자를 수사권 남용 검사로 인식되게 해"

유시민 "항소심에서 다툴 것…한동훈도 부끄러워 해야"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최재서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정철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라디오에의한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이사장에게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정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발언으로 피해자(한 장관)는 부정한 목적을 위해 수사권을 남용한 검사로 인식되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가 처벌 원하고 있고 엄하게 처벌을 내릴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검찰이 수차례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조국 전 장관 및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피고인의 뒷조사를 위해 노무현재단 계좌 등을 들여다봤다는 허위 사실을 라디오를 통해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작가이자 방송 논객으로 활동한 피고인은 사건 당시 100만명 이상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 사회의 여론 형성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이사장은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2019년 11월 말 또는 12월 초 본인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장관은 유 전 이사장이 언급한 시기에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고 있었다.

2020년 4월 3일에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MBC 뉴스데스크의 '채널A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언급하며 "지난해부터 검찰에서 저의 어떤 비리를 찾기 위해서 계좌는 다 들여다봤으리라 추측한다"고 했고, 2020년 7월에도 같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동훈 검사가 있던 반부패강력부 쪽에서 봤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유 전 이사장은 2020년 8월 한 시민단체에 고발당했으며,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유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발언이 허위 사실인 것은 피고인도 인정한 것으로 보이고, 검찰 압수수색 영장 집행 결과나 피해자 증언을 비춰봐도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유 전 이사장의 2019년과 2020년 7월 발언에 대해서는 '허위 인식'이 있다고 봤다. 2020년 7월 발언은 "국가기관 비판을 벗어난 피해자에 대한 경솔한 공격이자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2020년 4월 발언은 허위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이 발언에 대해서는 무죄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또 "2020년 7월 발언 당시 MBC 뉴스데스크 보도나 녹취록 등을 통해서 피고인을 뒷조사하려고 의심할만한 사정은 있었다고 보인다" 참작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종합편성채널 채널A 이동재 기자와 당시 검사장이었던 한 장관이 유착관계를 바탕으로 유 전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검찰이 표적 수사를 한다는 건 공적인 관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피해자도 의혹 제기와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명과 반박을 통해 (의혹이) 해소돼야 하는 것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라고 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날 법정에서 눈을 감고 손은 깍지를 낀 채 선고 내용을 들었다. 이따금 판사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선고가 내려지고 법정을 나선 유 전 이사장은 취재진에 "판결 취지를 존중한다. 항소해서 무죄를 다퉈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저도 그렇고 한동훈 씨도 그렇고 오류를 저지를 수 있는데 그럴 때는 좀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제가 무죄가 나왔더라도 제가 상 받을 일을 한 게 아니듯이, 제가 부분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한동훈 씨가 검사로서 상 받을 일을 한 게 아니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선고 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저는 장관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 소송의 문제는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은 지난해 3월 유 전 이사장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대충 타협하면 다른 힘 없는 국민들을 상대로 이런 일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취하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동재 전 기자의 변호인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유 전 이사장이 비윤리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 명백함에도 마지막 재판에서까지 이 기자를 비난하며 마치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했다"며 "진지한 반성과 진실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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