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귀국 직후 "어떻게든 분란 일으키자는 목적…추태에 가까워"

김용태 "당 지도부 흔들기일뿐"…권성동 "감정싸움 양쪽 다 자제해야"

오는 14일 국민의힘 의총…'공천룰' 등 혁신위 의제 논의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홍준석 기자 = 공천 혁신을 둘러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5선 중진 정진석 의원의 신경전이 당내로 번지면서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당내 이준석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두둔하고 정 의원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전선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우크라이나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정 의원이 적시한 내용은 그 자체가 허위"라며 "당내 어른이라고 한다면 전후관계를 파악하고 내지를 수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든 분란을 일으키자는 목적이 강했던 것으로 보여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다시 설전을 이어갔다.

그는 이어 "민주당보다 한 발짝 앞서 혁신한다고 좋은 국민 평가를 받는 와중에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최재형 원장을 이준석계로 몰아붙이며 정치공세를 가하는 건, 적어도 여당 소속 (전직) 부의장이 해선 안 될 추태에 가깝다"며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당권싸움으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 의원은 당권주자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에도 페이스북에서 정 의원을 겨냥해 "1년 내내 흔들어놓고는 무슨 싸가지를 논합니까"라며 "흔들고, 가만히 있으면 더 흔들고. 흔들고 반응하면 싸가지 없다 그러고. 자신들이 대표 때리면 훈수고, 대표가 반박하면 내부총질이고"라며 정 의원의 공개 비판에 맞대응했다.

이에 당내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원을 저격하며 이 대표를 거들고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명분이 부족한 충고는, 충고가 아닌 당 지도부 흔들기로 보일 뿐"이라며 "명분이 부족하니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자초하고, 당내 분란을 만들게 된다"고 직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가올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과 쇄신으로 미리 국민의 마음을 얻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당을 혁신할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혁신안을 소개해달라"고 강조했다.

정미경 최고위원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이라는 단어를 한시라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양측에 (논쟁을) 자제하자고 (이야기를 전달)하자는 정도로 얘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과거 이 대표와 함께 바른정당에 몸담았던 오신환 전 의원은 '선배 정치인'을 강조한 정 의원에 발언에 대해 "이 대표와 15년 나이 차이가 있는 나를 포함한 선배 정치인들이 이 대표의 '애티튜드'(태도)를 지적할 게 아니라 그의 생각과 노선, 가치를 판단하고 이에 대해 논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16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수많은 당 대표를 만났지만, 나보다 나이 어린 당 대표는 처음"이라며 "나조차도 나이 어린 당 대표가 낯설고 어색한데, 다선 중진의 60∼70대 선배 정치인에게 조카뻘, 자식뻘 당 대표가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나이와 관례 때문에 자기 생각과 소신을 참고 숨기지 않는 사람"이라며 선배 정치인들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후배 정치인과 담론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내 갈등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양측 모두 자제해야 한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을 위한 활발한 논의는 필요하며 당내 구성원의 의견 제시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고, 환영하는바"라면서도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권 원내대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의견 제시를 할 만큼 다 했기 때문에 일단은 당을 위해서, 또 당원들의 의견을 받들어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것이 개인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오는 14일 의원총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공천룰' 등 혁신위에서 다룰 의제와 관련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으면서도 이날 페이스북에 가뭄과 물가 상승 등 민생 대책을 강조하는 글을 올렸다.

s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