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따라 이준석 정치생명·당내 권력지형 갈린다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성 상납 및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징계 심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직 당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사상 초유의 일인 만큼, 윤리위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정치적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한다면, 당장 이 대표 측으로부터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그 어떤 혐의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내홍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차기 당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하며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세력들 간에 신경전도 예상되는 수순이다.

이미 당내에서는 이번 징계 논의가 가져올 파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관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방송 등으로 증거가 충분하다는 쪽과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윤리위가 먼저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김기현 의원은 21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수사 진행 결과를 봐야 무엇이 실체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윤리위가 개최되면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며 "막연하게 유튜브에서 뭐라고 했다는 것으로 증거로 삼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도 당대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잘 접근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당내 인사는 통화에서 "지난해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 대표가 대상자들에게 선제적으로 탈당 권고를 한 것은 정치적으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면서 "자신의 논란에도 잣대가 달라져선 안 될 것"이라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윤리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리위가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이 대표가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는지 여부다.

특히 이 대표가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인데, 김 실장이나 이 대표 모두 윤리위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BBS 라디오에 나와 본인은 이 사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가세연이 윤리위가 열리는 22일 저녁 시간에 맞춰 이 대표의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뒷받침하는 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것을 두고도 "그런 게 있으면 다 공개하라"며 웃어 보였다.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할 경우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미리 속단해서 움직이지는 않겠다"면서 "윤리위가 굉장히 이례적으로 익명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는데 무슨 의도인지 궁금하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경고' 이상의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이양희 윤리위원장이 귀국 후 낸 입장문의 수위 등으로 볼 때 '칼을 뽑아 들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공교롭게도 전날 민주당이 성희롱 발언 의혹을 받은 최강욱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허은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최강욱 의원 같은 경우는 팩트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 건은) 윤리위가 팩트에 근거해서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결정을) 정치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규상 징계는 제명·탈당권유·당원권 정지·경고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제명'은 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지만, 나머지 3가지는 윤리위 결정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된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 의결 절차 없이 곧바로 제명 처분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최장 3년이며, 가장 낮은 '경고'도 리더십에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9 대선 선대본부에서 활동했던 윤희석 전 대변인은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 "징계의 경중을 떠나서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정치 생명에 대해서도 타격을 받는다고 볼 수가 있겠죠"라고 말했다.

'경고'로 결론이 날 경우 이 대표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이 자체로 대표직 사퇴를 강제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의견이 당내에 적지 않다.

이 경우 대표직 유지를 놓고 찬반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경고보다 한 단계 수위가 높은 '당원권 정지' 결론을 점치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 경우 대표직 유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다만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9년 당시 5·18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 '망언 논란'으로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던 김순례 최고위원이 징계 기간이 종료한 직후 최고위원직에 복귀했던 선례가 있다.

이처럼 복잡한 '경우의 수'를 고려할 때, 오는 22일 회의 때에는 김 실장에 대한 결론만 내리고,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은 그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대표가 내년 6월로 예정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게 될 경우, 당권 경쟁이 조기에 점화하며 내부적으로 한동안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정무적 고려도 영향이 있으리란 관측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 인사말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서 당내 갈등 상황이 노출되고 있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착잡하고, 무겁게 느낀다"며 이 대표 문제를 둘러싼 당내 잡음을 에둘러 단속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 민심을 정말 두려워해야 한다"며 "애써 쌓아 올린 국민적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우리 모두가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