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상관 허락 필요하다 생각에 '머뭇'"…부실대응 정황 또 드러나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지난 5월 어린이를 포함해 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초등학교 총격 사건에서 경찰의 부실 대응했다는 정황이 또 하나 추가됐다.

당시 총기 난사가 이뤄지기 전 경찰이 범인에게 총을 쏴 제압할 기회가 있었으나 상부 승인을 기다리느라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텍사스주립대 고급법집행신속대응훈련(ALERRT)센터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사건 당시 총격범이 롭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한 경찰관이 그를 겨누고 있었지만, 총을 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경찰관이, 총을 쏘기 위해서는 (상부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총격범은 자신이 몰고 온 픽업트럭을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인근 배수로에 처박은 뒤 담장을 기어올라 초등학교로 들어갔다.

총격범이 학교에 들어가기 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유밸디 지구대와 학교 전담 경찰관이 트럭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보고서는 "소총으로 무장한 유밸디 경찰관이 자신의 상관에게 용의자(총격범)에게 총을 쏠 수 있는 허락을 요청했다. 그러나 상관은 이를 듣지 못했고 너무 늦게 답했다"고 적시했다.

해당 경찰은 상관 허락에 의지했고, (총을 쏘려고)돌아섰을 때는 이미 총격범이 학교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 정보는 경찰관 진술에 근거한 것으로, 유밸디 경찰은 이에 대해 즉각적인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아동 19명과 교사 2명이 숨진 롭 초등학교 참사 이후 경찰의 부실 대응이 속속 드러나자 유가족과 지역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경찰은 학교 총격범을 즉각 제압해야 한다는 대응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1시간 넘게 진압 작전이 지연돼 사실상 총격범의 학살극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총격범이 교실에 침입한 지 19분 이내에 복도까지 들어갔지만, 1시간가량 지나서야 총격범을 제압했다. 당시 경찰은 교실에 진입하기 전 이미 화기와 방어무기를 구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미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 고위 관리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팀을 꾸려 이번 참사와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텍사스주 공공안전부는 5월 27일 당시 경찰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며 대응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부실 대응의 책임을 물어 지휘관이었던 해당 경찰서장은 정직 처분됐다.

당시 총기 참사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 등 총 21명이 숨졌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