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전철 '바트'역, 병균 가득 배설물 깃털 골치…천적 데려다 '비둘기 사냥' 

[미국]

 그물치고, 허수아비 등 온갖 방법 동원 실패
'날아다니는 늑대' 수컷 맹금류 풀어 고민 끝
 투입 일주일 후부터 확실한 별화, 기대 만발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는 어마어마한 번식력과 도심 곳곳에 흩뿌리는 병균 가득한 배설물들로 이미 세계 곳곳서 골칫덩이가 된지 오래다. 비둘기로 인한 고민은  샌프란시스코도 마찬가지다. 샌프란시스코와 인근 도시들을 연결하는 전철 '바트(BART)'는 수년 간 비둘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비둘기들이 역 곳곳에 흩뿌리는 새똥과 날리는 깃털도 문제지만, 각종 병균을 옮겨다니는 매개체로 주민 건강에도 위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닭둘기' 퇴치에 부심하던 BART가 택한 방법은 ‘비둘기 킬러’였다. 비둘기의 천적 매를 직접 역에다 ‘모신’ 것이다.

BART는 지난달 30일 BART 노선 중에서도 비둘기들의 집단 서식지로 악명높았던 엘 세리토 델 노르테 역에 ‘패크맨’이라는 이름을 가진 수컷 해리스매를 데려다놓았다. 

해리스매는 중남미에 주로 분포하는 맹금류로 몸길이는 60㎝까지 자란다. 매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수리에 가깝다. 오래전부터 매사냥용으로 인기가 높았다. ‘패크맨’에게 주어진 특명은 천하의 비둘기 무리를 제압하는 것이다. 

세계 여느 대도시가 그렇듯 이곳도 외래종 비둘기가 점령하다시피했다. 지난 몇 년간 BART 운영사 측은 비둘기떼를 이동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봤지만 허사였다.

그물도 쳤으며, 비둘기들이 자주 앉는 곳에다 날카로운 가시도 심었다. 심지어 겁을 주기 위해 허수아비 처럼 올빼미 모형까지 갖다놨으나 모조리 허사였다. 

역 관리자인 와히드 마미리 매니저는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하나도 성공한게 없다”고 말했다. 막다른 골목에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맹금류였다. 실제로 비둘기가 터잡은 대도시에서는 매나 수리 등의 맹금류가 확실한 천적으로 군림하는 경우가 많다. ‘패크맨’은 주인인 리키 오르티즈와 함께 일주일에 세 번씩 역으로 ‘출근’해 여덟시간 정도 머문다. 현재 미션은 주인의 장갑에 위풍당당하게 앉은채 역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비둘기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아직은 근무 초기라서 투입전후 비둘기 숫자가 크게 변동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오르티즈는 “일주일이 지나니 확실히 눈에 보이는 비둘기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해리스매는 맹금류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족단위로 무리를 이뤄서 생활한다. 이런 사회성 때문에 ‘날아다니는 늑대’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윽고 천적인 매의 존재를 알게 된 비둘기들이 본능적으로 하나둘씩 터전을 옮기게 되는 게 현재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