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16명…서울 450㎜ 등 기록적 폭우에 추가 재난 우려

(전국종합=연합뉴스) 9일 중부지방에 이틀째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침수 지역의 복구는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인명·재산 피해는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50분께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는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 한 채를 덮쳐 집 안에 있던 A(71)씨가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을 벌여 4시간 만에 숨진 A씨를 발견했다.

앞서 오전 8시께는 강원 평창군 용평면 속사리 인근에서 산책 중이던 펜션 투숙객 이모(54·서울 노원구)씨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은 실종 1시간 20분 만에 1㎞ 떨어진 하류에서 이씨의 시신을 발견·인양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서울 5명, 경기 3명, 강원 2명), 실종 6명(서울 4명, 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때 일부 구간 운행이 차질을 빚은 서울 지하철9호선 등 교통 시설의 일부 복구가 이뤄지긴 했지만 몇몇 도로 교통도 원활하지 못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사당동과 양재동을 연결하는 서초터널은 오전 8시께부터 차량으로 가득 차 이 터널을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오랜 시간 고립되기도 했다.

인근 양재IC 일대를 통제한 여파로 병목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서초구 우면동 선암톨게이트 인근에서는 반나절 이상 운전자들이 고립되기도 했다.

관악구 남현동에서 동서울대로 출근한 한 직장인은 오전 9시에 출발해 7시간 20분만인 오후 4시 20분에 회사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침수와 토사 유출 피해도 잇따랐다.

서울 서초구 방배3동 인근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등산로 일대는 간밤 쏟아진 폭우로 계곡에 설치된 목재 다리와 쉼터 정자가 파손되고 나무들이 대거 쓰러지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이 지역은 11년 전 산사태가 났던 곳이어서 재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강원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에서는 하천 범람으로 다리가 막혀 일대 16가구 주민들이 사실상 고립됐고, 칠봉체육공원 인근 하천 제방 약 100m가 유실됐다.

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자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원주천은 2013년 7월 이후 9년여 만에 범람했다.

경기 여주시 산북면 명품리 마을은 이틀째 내린 비로 약해진 지반이 무너지면서 주차된 자동차 여러 대가 뒤엉켜 전복되고 일부 가건물이 무너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간 누적 강수량은 서울 452.0㎜를 비롯해 경기 여주 419.5㎜, 경기 광주 402.0㎜, 인천 부평 346.5㎜, 강원 횡성 269.0㎜, 경기 포천 211.0㎜ 등을 기록 중이다.

계속되는 폭우에 중부지방 주요 댐들은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북한강 팔당댐은 초당 1만885t을 방류하고 있으며 임진강 군남댐은 초당 1천568t을 흘려보내고 있다.

연천군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는 2.63m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인명 대피 수위인 2m보다 높은 상태다.

기상청은 오는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반이 약해진 만큼 산사태 우려 지역은 미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며 "침수지역의 감전 사고와 자동차 시동 꺼짐 등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도윤, 권준우, 양지웅,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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