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기록적 가뭄·폭염·산불 이어 이번엔 동부 폭우

'한쪽은 가뭄, 한쪽은 홍수' 양극 패턴 고착화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극심한 가뭄과 폭염·산불, 아니면 극심한 폭우와 홍수'

올 여름 지구촌 곳곳을 휩쓸었던 양극단의 기후 재난이 미국에서 재현되고 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 산불로 인해 마을 곳곳이 초토화되더니 지난 21일(현지시간)부터는 미 동부 지역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테네시 중부 험프리스 카운티를 중심으로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18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됐으며 가옥 수백채가 피해를 봤다.

미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카운티 맥웬 지역에서는 21일부터 24시간 동안 17인치(431.8mm) 이상의 비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테네시주에서 하루 동안 내린 비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또 허리케인 '헨리'가 미 북동부 해안 뉴잉글랜드 지역을 강타하면서 뉴욕에도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21일 맨해튼 센트럴파크에 4.45인치(11.3mm)의 비가 내렸는데, 이 역시 1888년 이후 무려 130여년만에 최고 기록이다.

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 서부 지역이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로 시뻘겋게 물들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러한 양극단의 대비가 최근 수십년 간 고착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4일 기사에서 '더 습해지는 동부, 더 메말라가는 서부'라는 말로 최근 수십년 간 미국 땅에서 목격된 기후 변화 패턴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 해양대기청(NOAA)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 동부 지역에서 지난 30년간 내린 평균 강수량이 20세기와 비교해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서부 지역에서는 30년간 평균 강수량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실제 지구 온난화 영향에 따른 영구적 특징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기후 가변성을 반영하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여러 기후변화 모형들의 예측, 즉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더 많아지되 지역적 격차가 커질 것이라는 점, 다시 말해 '습한 곳은 더욱더 습해지고, 메마른 곳은 더욱더 메말라질 것'이라는 예측과 대체로 일치하는 결과라고 NYT는 전했다.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 과학자인 안드레아스 프레인은 "해마다 이런 가변성이 나타나긴 하지만 기후변화는 천천히 이러한 가변성을 더 습하고, 더 메마른 극단의 현상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말했다.

평균 강수량이 늘었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주목되는 기후 변화 패턴은 폭우나 폭설 등 '극심'한 기후 현상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했다는 점이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수증기가 더 증가하고 공기 중 습도도 높아져 비를 뿌리게 된다는 점에서 폭우는 기후변화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기후평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 전역에 걸쳐 폭우의 강도와 빈도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세계 평균 강수량은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와중에서도 습한 지역은 더욱 습해지고 메마른 지역은 더욱 메말라지는 양극단의 현상이 비슷하게 목격된 것이다. 평균 강수량뿐 아니라 극심한 폭우의 증가 현상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극단의 기후 변화에 따라 각국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에 골몰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우선 콜로라도강 상류 지역에 기후변화 관측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24일 밝혔다.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이 관측소에서 과학자들은 각종 레이더 시스템과 카메라 장비 등을 이용해 눈과 비를 예측하고 기후 변화를 분석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