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억원 들여 주 경계에 시설 확충…일각선 반대론도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미국 뉴멕시코주 정부가 강력한 낙태금지 정책을 시행한 텍사스주 경계 지역에 임신중절 클리닉을 확충하기로 했다고 AP·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보수성향이 강한 텍사스주가 곧장 낙태금지법 시행에 나서자 이웃인 뉴멕시코가 임신 중절을 원하는 텍사스 여성들까지 수용하겠다고 나서며 어깃장을 놓은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인 미셸 루한 그리셤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날 텍사스주 경계에 맞닿은 뉴멕시코 남부의 도나 아나 카운티에 총 1천만 달러(약 135억2천만원)를 투입, 낙태 시술이 가능한 클리닉을 설치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그리셤 주지사는 "다른 주들이 (낙태를 위한) 의료 서비스 접근을 차단하면서 뉴멕시코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런 수요에 맞춰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텍사스는 뉴멕시코와 오클라호마, 아칸소, 루이지애나 등과도 맞닿아 있지만 이들 가운데 임신중절이 허용되는 곳은 뉴멕시코가 유일하다.

하지만 뉴멕시코의 재정 상태가 미국 50개 주 가운데 최하위권인데다, 지역 주민을 위한 의료 인프라조차 부족하다는 점에서 낙태 클리닉 설치에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이번 결정에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그리셤 주지사에 맞서 차기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의 마크 론체티는 성명을 내고 "다른 주에서 온 환자들의 '임신 후기 낙태' 시술을 하는 데에 세금이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의 13개 주는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시 낙태금지법이 발효되도록 한 '트리거 조항'을 뒀으며, 이에 따라 지난 6월 이후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