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자제해달라" "에어콘 작동 시간 줄여달라"

[뉴스진단]

전력난 가속…연일 비상경보 발령
연휴에 225만가구 단전 가능성도

#밸리 4베드룸 단독 주택에 사는 김모(66)는 이번 달 전기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 월 80달러 정도 나오던 것이 무려 3배가 넘는 250달러에 달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지간하면 틀지 않던 에어컨을 요즘엔 낮 부터 작동하는 것은 물론 밤에 잠들 때까지 틀고 살다시피 하고 있다. 김씨는 "최근 며칠 사이엔 밤 9시에도 기온이 80대 중반을 기록할 정도로 더위가 심해졌다"며 "집집마다 에어콘 가동 시간이 길어져 혹시나 정전 사태를 겪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캘리포니아주의 정전(블랙아웃) 위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정전 사태를 막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경보를 발령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전력수급 상황을 관리하는 기관인 캘리포니아독립시스템운영국(CAISO)은 이미 지난달 31일 1단계 에너지 비상경보를 발령했다. 1단계 에너지 비상경보는 에너지 부족 가능성이 커 개인 및 기업에 절약을 권장할 목적으로 발령한다. CAISO는 오후 4~9시 사이에 전기자동차 충전을 제한할 것을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한 지 1주일 만에 전기차 충전 자제까지 촉구한 것이다.

CAISO는 하루 단위로 발령하는 에너지 비상경보를 계속 낼 것으로 전망된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주 비상사태를 선포해 일시적으로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상 고온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으로 정전 위험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인근 사막에서 발생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캘리포니아주가 상당 기간 폭염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NWS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기온이 115도까지 치솟는 등 곳곳에서 사상 최대 기온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CAISO는 노동절 연휴가 피크에 달하는 4일부터 6일사이쯤 매일 3GW의 전력이 부족(저녁 기준)할 것으로 보고 있다. 1GW는 75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상 기후가 캘리포니아주의 친환경 정책에 숨어 있던 취약함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주는 1200년 만에 최악으로 평가되는 가뭄으로 저수량이 급감했고 수력발전량 역시 감소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전력 소비량 중 10%를 수력발전으로 충당해 왔다. 천연가스 등을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들은 노후됐고,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