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조문 취소' 논란 온종일 공방…국회 대정부 질문도 삼켜

野 순방일정표까지 공개하며 "조문없는 조문 외교'…與 "사실 왜곡·폄하"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한주홍 기자 = 여야는 20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조문 취소' 논란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 2일차 외교·국방·통일 분야 질의에서 이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며 여야 간 공방이 한층 더 격화하는 모습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논란이 대통령실의 '외교 무능'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연이틀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나아가 '조문 취소' 논란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겠다는 태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조문 외교'에 대한 사실 왜곡과 폄훼를 중단하라며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사실 왜곡"이라며 야당 주장을 적극 반박했다.

여야 지도부는 오전 공개 회의 등에서 1차로 맞붙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조문 외교를 하겠다며 영국에 간 윤 대통령이 교통통제를 이유로 조문을 못하고 장례식장만 참석했다"며 "교통통제를 몰랐다면 무능하고, 알았는데 대책을 안 세운 것이라면 더 큰 외교 실패, 외교 참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탁현민 전 비서관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조문은 일종의 패키지인데 윤 대통령은 육개장 먹고 발인 보고 왔다는 것"이라고 비유하며 "조문은 못 하고 운구한 다음 홀로 남아 결국 방명록을 작성한 게 조문을 대체할 수 있나"라고 했다.

임오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의 조문 외교에 '조문'이 빠지는 참사가 벌어져 외교 홀대론까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외교무대에서 대한민국 위상과 국격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 애쓰는 정상을 폄하하고 깎아내리는 건 누워서 침 뱉기"라며 "악의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장례식 조문을 하기 위해 가 계신 대통령에 대해 도를 넘는 근거 없는 비판을 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며 민주당의 태도를 지적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상주를 만나 위로하고 장례식에 참석한 후 조문록까지 작성한 것은 조문이 아니고 그럼 뭔가"라고 반박했다.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충돌 강도가 더 세졌다.

민주당 민홍철 의원은 "다른 나라 정상들은 교통이 혼잡해도 걸어서라도 조문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는데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조문의 현장에 안 계신 것"이라며 "이건 사실 외교 참사 아니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주 의원도 "조문 없는 조문 외교로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일부 국민들은 상갓집에 가서 조문은 하지 않고 육개장만 먹고 온 게 아니냐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의겸 의원은 당초 윤 대통령의 조문이 계획됐던 영국 웨스트민스터홀 일대 지도와 윤 대통령 순방 일정 가안까지 본회의장 화면에 띄워놓고 조문이 취소된 구체적 경위를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웨스트민스터홀까지 도보로 이동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하며 "웨스트민스터홀에서 (리셉션이 열린) 버킹엄궁까지 0.8마일로 (우리 기준) 1.2km이고, 도보로 16분 거리"라며 왜 윤 대통령이 도보 이동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도보로 걸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러면 마크롱 대통령 부부는 어떻게 (도보로) 움직였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조문외교마저 정쟁으로 몰아간다"며 반박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외교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며 "조문외교마저 국내 정치적 정쟁으로 몰아가는 행태는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당 신원식 의원도 "영국 국왕 조문에 대해 국내에서 외교실패라고 시끄럽게 정쟁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에 없었던 것 같다"며 "혹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우가 생기면 개인적으로 알려달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과 정부는 야당 주장을 거듭 반박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뉴욕 현지 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야당의 '조문 취소' 주장에 대해 "왕실과의 조율로 이뤄진 일정으로, (왕실에서) 수많은 국가의 시간을 분배한 것"이라며 "참배가 불발됐거나 조문이 취소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다수 정상급 인사도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조문록을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의전 실수, 윤 대통령 홀대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조문 외교의 핵심은 국장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두 가지 일정(도착 당일 조문 또는 도착 다음 날 조문록 작성)을 모두 다 검토했고 영국 왕실, 의전 쪽과 다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