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확장기조서 '유턴'…재정건전성 위한 증세·지출삭감 골자

이르면 31일 발표…BOE 금리인상 맞춰 내달로 연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휘청이는 영국 경제의 해결사로 나선 리시 수낵 신임 총리가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전임 리즈 트러스 내각의 성급한 감세안 발표가 파운드화 가치 폭락과 국채금리 폭등 등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일으켰던 것이 반면교사가 된 만큼, 재전건정성 유지를 기조로 하는 안정적 방향성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날 수낵 총리가 제레미 헌트 재무장관을 만나 오는 31일 하원에서 경제 정책을 발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다만 11월 3일로 예정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추가 금리인상 발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제정책 공개를 내달로 연기하는 '속도조절'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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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낵 총리는 트러스 전 총리 하에서 감세안 사태 수습을 위해 쿼지 콰텡 전 장관 경질 후 긴급 투입된 헌트 장관을 유임, 내각의 안정을 꾀한 바 있다.

총리 후보였던 지난 21일 이미 면담을 통해 현재 영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헌트 장관과 머리를 맞대고 새 정책방향을 부심해온 터다.

신임 내각은 400억 파운드(약 6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정 부족분을 채워놓기 위해 트러스호의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폐기하고, 증세와 지출 삭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헌트 장관은 유임 결정을 접한 후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일자리와 주택담보대출 등 안정성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먼저 소득세율 구간과 소득공제 규모를 동결하는 방법으로 50억 파운드(약 8조 1천794억원) 정도의 세입을 확보하는 '스텔스 증세'가 이뤄질 수 있다고 더타임스는 내다봤다.

또 향후 5년간 공공부문 지출을 줄이는 등 허리띠 조이기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소득세 최고세율 45% 구간을 신설, 고소득층 세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던 트러스 전 총리와 정반대의 정책이다.

수낵 총리는 최근 예산책임처(OBR)에 이같은 내용의 재정균형 방안을 정리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총리와 재무장관이 조만간 경제정책을 내놓을 방침으로, 발표 시기를 재고 있다"고 전했다.

수낵 총리 취임이 확정된 지난 24일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하고, 영국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는 모습이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