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량 증가에 고점 대비 71%↓…"향후 상승 압력은 여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에너지난으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게 된 유럽에서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비축량 증가 등에 힘입어 급락하면서 일단 한시름을 놓게 됐다.

하지만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가스값 상승 압력은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메가와트시(MWh)당 99.794유로(약 14만2천원)까지 내렸다.

이는 지난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349유로(약 49만6천원)로 가격이 정점을 찍은 지난 8월 26일과 비교하면 71%가량 떨어진 것이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유럽 전역에서 물가가 치솟았다.

하지만 최근 가스값이 이처럼 내린 것은 올겨울 에너지난을 우려한 유럽 각국이 지난여름부터 천연가스 비축량을 필사적으로 늘린데다 현재까지는 이례적인 고온으로 난방 수요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 정부와 기업이 러시아로 인한 에너지 위기 이후 공격적으로 천연가스 비축량을 늘리면서 에너지 기업들은 천연가스 저장고를 90% 이상 채웠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십 척이 유럽 각국 항구에 몰려 하역할 곳을 찾지 못하고 줄줄이 대기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이 같은 가스값 하락은 일시적이며 본격적인 겨울이 오면 난방 수요가 증가해 가격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다가 천연가스 도매가격이 내려도 소매가에 실제 반영되기까지는 최대 1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요금을 비롯한 기타 물가의 상승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NG 수출입 설비가 새롭게 갖춰지고 세계 공급망의 경색이 완화되기 전까지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최근 가스값이 하락하기는 했으나, MWh당 45유로(약 6만4천원) 정도였던 1년 전 가격보다는 두 배 이상 올랐다.

옥스퍼드 에너지연구소의 카차 야피마바 선임 연구원은 "기온이 떨어지고 (천연가스) 비축량이 줄어들면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가 일어나 가격은 상승할 것"이라며 "이는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만약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추가로 차단하거나 최근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누출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더 불안정해질 수 있다.

한편 유럽연합(EU) 27개국 에너지 장관들은 천연가스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으나 그 방법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