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살았구나!"…80시간만에 구조된 딸에 아빠 환희

94시간만에 구조된 17세 "소변 마시며 버텨"…구조대원 "나흘간 못자"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지진 인명구조의 '골든 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간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참사 현장에서 기적적 구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 안타카야, 가지안테프 등에서 10대 매몰자 2명이 각각 사고 80시간, 94시간 만에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구조됐다.

안타카야의 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16세 멜다 아드타스는 첫 지진이 발생한 6일 새벽 잠을 자다가 갑자기 덮쳐온 벽에 깔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사고 현장에 구조대가 즉각 투입됐지만 이들은 다른 피해자를 먼저 구조하느라 아드타스의 존재조차 신경 쓰지 못했다. 실성 일보 직전이 된 아드타스의 아버지가 사력을 다해 딸을 찾아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구조대가 건물 잔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 사흘 뒤, 그제야 벽 뒤에서 들려온 희미한 목소리가 결정적 단서가 됐다. 아드타스의 간절한 구조 요청이었다.

이 목소리를 들은 구조대는 즉각 아드타스 구조작전에 돌입했다. 아드타스의 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구조 현장에는 정적이 이어졌다. 구조대는 묵묵히 길을 막는 장애물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했다.

작업 5시간 만에야 아드타스의 몸을 건물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추위에 떨고 있었지만 비교적 건강한 상태였다.

구조 현장 주변에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발만 구르던 아버지는 그제야 "우리 딸! 우리 딸!"이라며 기쁨과 안도감이 뒤섞인 눈물을 흘렸다. 함께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보던 지역 주민들도 동시에 환호성을 터뜨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멜다를 구급차에 실려보낸 뒤, 구조대의 얼굴에는 극심한 피로와 두꺼운 먼지가 덮여 있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먼지투성이인 구조대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의 포옹과 입맞춤을 전했다고 AFP통신은 덧붙였다. 일부 주민의 얼굴은 희열의 눈물로 뒤범벅돼 있었다.

구조대는 광부 출신의 자원봉사자들이었다. 한 구조대원은 "우리가 한 게 뭐가 있는가. 그냥 잔해 속에서 소녀 하나 꺼낸 것이다"라며 겸손해했다.

딸을 되찾은 아버지는 구조대에게 "여러분 모두에게 신의 가호를"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같은날 역시 최대 피해 지역인 가지안테프에서도 희망적인 구조 소식이 들려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지역의 무너진 건물 지하실에서 17세인 아드난 무함메드 코르쿳이 구조됐다. 그는 6일 지진 발생 이후 이곳에서 자신의 소변을 받아 마시며 94시간을 버텨왔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구조 현장에서 "아드난! 아드난!"이라고 외치며 그의 구조를 환영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아드난은 자신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린 모친과 친지들을 얼싸안고 입을 맞출 정도로 건강한 상태였다.

이름이 '야스민'으로만 알려진 한 구조대원은 아드난을 따뜻하게 안아준 뒤 "딱 너 같은 아들이 있다"고 했다. 그는 "너 꺼내주려고 나흘 못 잤다. 맹세코 나흘간 못 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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