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당시 관광객들에게 혹평 듣던 이동식 컨테이너 숙박 시설 350개 튀르키예 기증 각광

지진 이재민 돕는'임시 숙소'로 기증
혹한 날씨 거리 내몰린 주민들 "감사"

2022 월드컵 당시 관광객 숙박 시설로 카타르 당국이 설치했다가 혹평을 들었던 컨테이너 숙소가 튀르키예에서 지진 이재민 숙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컨테이너 객실은 2인실로 두 사람이 사용할 침대와 옷장, 냉장고, 탁상 등이 배치돼 있고, 필수품인 에어컨과 선풍기도 설치돼 있지만 내부가 비좁아 불편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숙박비가 1박에 740리얄(약 27만원)로 웬만한 호텔 가격과 맞먹었기 때문이다.
당시 카타르는 월드컵이 끝나면 컨테이너 숙소를 주거시설이 열악한 빈곤국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다 최근 규모 7.8의 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튀르키예로 숙소를 보내면서 그 약속을 지켰다.
12일 로이터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개발 기금은 컨테이너 숙소와 카라반 등 이동식 숙소 1만대를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기증했다. 이날 카타르 하마드 항구에선 이동식 숙소 350대를 실은 선박이 튀르키예로 출발했다.
카타르의 이동식 숙소가 혹한의 날씨에 거리에 내몰린 이재민들에게 쓰인다는 소식에 트위터 등 SNS에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뿐만 아니라 카타르는 튀르키예에 구조인력 130명, 구호물자 100톤(t)을 지원했다.
카타르는 튀르키예와 전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은 이날 이스탄불을 직접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나 지진 피해를 위로하기도 했다. 대지진 이후 튀르키예를 방문한 첫 외국 정상이다.
카타르는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심각한 상황을 고려했다”며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꼭 필요한 것을 즉각적으로 지원을 하기 위해 피해 지역으로 이동식 숙소를 보낼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日이여, 종이학 제발 보내지마"
주일 튀르키예 대사관
"처리 곤란, 돈이 낫다"

전 세계에서 튀르키예와 시리아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위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일튀르키예대사관이 "일본의 지원에 감사하지만, 종이학을 보내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끈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지진·폭우 피해지역에 종이학을 접어 보내는 일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일본인들은 대사관에 종이학을 전달한 바 있다. 종이학이 행운을 가져다주고 아픈 사람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애대 튀르키예에 재난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는 일본 비영리단체인 릫피스 윈즈 재팬릮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모토타카 이나바는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1000마리의 종이학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빵과 물도 없는 지금 이 시기에 1000마리 종이학은 처치 곤란"이라고 경고했다. 이나바는 "돈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면서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시시각각 바뀐다. 현장의 요구에 맞게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는 돈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부상 투혼 '韓구조견'에 감동

"발에 붕대 감은 채 수색" 화제몰이 현지 언론들 주목

수십만 명이 깔린 튀르키예(터키) 지진 현장에서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구조견이 현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 하베르는 '한국 구조견 3마리, 발에 붕대를 감고 작업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매체는 구조견들이 응급 치료를 받는 모습뿐만 아니라, 부상에도 씩씩하게 피해 현장을 누비는 모습 등 총 16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한국 해외 긴급구호대(KDRT)와 함께 튀르키예에 투입된 특수 인명구조견은 '토백이', '티나', '토리', '해태' 등 4마리로 알려져 있다. 토백이와 티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며, 토리와 해태는 벨지안 말리노이즈 종이다. 이들 모두 구조 임무 수행을 위한 2년간의 양성 과정을 거쳤다. 구조견들은 무너진 건물 잔해 위를 누비고, 사람이 들어가기 어렵거나 잔해 속 좁은 공간에 접근하는 등 위험천만한 재난 현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에 발바닥이 성할 날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국 구조견 4마리 중 토백이, 토리, 해태 등 3마리는 유리나 부러진 철근 등 날카로운 물체에 찔려 발을 다쳤다. 그러나 3마리 모두 응급처치받고 다시 현장에 투입됐으며, 현재 발에 붕대를 감은 채 씩씩하게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TRT 하베르는 전했다.
한편 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활동 중인 KDRT는 지난 9일 구조 활동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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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시신…묻을 곳이 없다"

지진 사망 4만명 넘어, '묘지 부족' 사태 심각
비석 대신 고인의 옷 조각, 번호 등으로 표시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강진 사망자가 4만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곳곳에서 희생자를 묻을 묘지 공간마저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강진의 진앙인 튀르키예 동남부 가지안테프주 누르다으의 한 공동묘지는 최근 묘지 공간을 확장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수많은 지진 사망자를 묻었지만,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공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누르다으에서 장례식을 주관하는 이맘(종교 지도자) 사드크 귀네슈는 "지금까지 몇 명을 매장했는지 셀 수 없을 정도"라면서 "건물 잔해 밑에는 아직도 여러 명이 깔려 있고 우리는 시민의 도움으로 밤늦게까지 회수한 시신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누르다으 공동묘지 앞 거리에서는 아직 매장되지 못한 시신 수십 구가 트럭 위에 겹겹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규모 사망자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매장이 급하게 이뤄지다 보니 묘지 형태를 제대로 갖추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일부 무덤은 고인의 이름을 새긴 비석조차 세우지 못한 경우가 많다. 유족들은 고인의 옷에서 자른 천 조각 등이 무덤 앞에 놓인 것을 보고 묘를 식별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나무판자와 콘크리트 블록이 묘비 역할을 대신하고 비석에 고인의 이름 대신 숫자가 쓰인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24%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