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족이나 친척 등 가까운 지인의 목소리를 위조해 보이스피싱에 사용하는 신종 사기 기법이 등장했다고 영국 더 타임스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캐나다 앨버타에 사는 벤저민 파커(39)는 최근 부모님이 자신의 목소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파커의 부모는 최근 자신을 아들의 변호사라고 소개한 한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이 '변호사'는 아들이 교통사고로 미국인 외교관을 숨지게 한 뒤 수감돼 있다고 말했다.

그가 파커의 부모에게 아들을 바꿔준다고 한 뒤 수화기 너머로 파커와 똑 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들의 가짜 목소리는 사랑한다며 다음날 있을 법원 심리 전까지 2만1천 캐나다 달러(약 2천만 원)를 송금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파커의 부모는 통화 내용이 다소 수상했지만, 아들의 목소리가 맞다고 확신하고 은행 여러 곳에서 돈을 인출한 뒤 '변호사'에게 비트코인으로 돈을 보냈다.

파커의 부모는 이날 저녁 진짜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야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파커는 이들이 어디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수집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AI 기술을 활용하면 단 몇 개의 문장만으로도 목소리를 위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커는 "당신의 전화기에 등록된 음성 사서함 메시지로도 충분할 것"이라며 "내 음성 사서함에는 30∼35초짜리 메시지가 등록돼 있다. 그거면 된다"고 말했다.

더타임스는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쉽게 목소리를 위조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파커는 이 일당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타깃으로 직계 가족의 이름을 알아내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고 말했다.

파커는 "부모님께 무엇이 사기이고 사기가 아닌지를 알려드리는 것은 주로 나였다"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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