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미 연구팀 "고지방-고당분 음식 섭취, 뇌 도파민 기능 변화 초래"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사람들은 왜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달고 기름진 음식을 쉽게 끊지 못할까?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계속 먹으면 뇌의 보상 회로가 변해 무의식적으로 이런 음식을 찾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와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28일 과학저널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서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고지방-고당분 음식과 저지방-저당분 음식을 먹게 하는 실험을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만과 뇌 도파민 기능 변화 간 관련성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특정인에게 원래부터 존재해 쉽게 살찌게 만드는 것인지, 비만 때문에 뇌 도파민 기능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또는 고지방-고당분 음식에 반복 노출돼 뇌 도파민 기능이 변한 것인지 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지방-고당분 음식 반복 섭취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정상 체중 참가자 49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정상적인 식단 외에 한 그룹은 고지방-고당분 요구르트를, 다른 그룹은 저지방-저당분 요구르트를 먹도록 했다.

두 그룹에 제공된 푸딩은 성분은 차이가 있지만 열량은 똑같았다.

논문 제1 저자인 막스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의 샤밀리 에드윈 타나라자 연구원은 "고지방-고당분 음식 선호 경향은 선천적이거나 비만의 결과일 수도 있지만 뇌가 이런 음식을 선호하도록 학습한 것일 수도 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 전과 실험이 진행된 8주간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두 그룹의 뇌 활동에 어떤 차이가 생기는지 관찰하고 체질량지수(BMI)와 혈당, 콜레스테롤, 인슐린 등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8주 동안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먹은 그룹은 고지방-고당분 음식에 대한 뇌 반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동기 부여와 보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인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고지방-고당분 그룹은 저지방-저당분 그룹과 비교해 체중이 증가하지 않았으며, 혈당과 콜레스테롤 등 수치도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고지방-고당분 음식 섭취를 통해 학습된 단 음식에 대한 뇌의 선호 경향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추정한다.

논문 교신저자인 막스플랑크 신진대사 연구소 마크 디트게마이어 박사는 "뇌 활동 측정 결과는 과자와 칩 섭취를 통해 뇌가 스스로 회로를 재구성해 잠재 의식적으로 보상 음식(고지방-고당분)을 선호하는 법을 배웠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뇌의 변화를 통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고지방-고당분 음식을 찾게 된다"면서 "연구의 요점은 뇌에 새로 생긴 연결은 쉽게 없어지지 않으며, 일단 무언가를 배우면 그것을 빨리 잊어버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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