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청에서 화재 39명 사망 29명 부상…'문 잠근채 떠나는 직원' CCTV 공개 충격

[멕시코]

추방 이민자들 항의하며 메트리스에 방화
대통령 "정부-민간 보안업체 총체적 난국"

멕시코 이민청에서 화재가 발생해 구금돼 있던 이민자 30여명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민청 직원들이 화재를 목격했음에도 쇠창살을 잠가둔 채 현장을 벗어나는 CCTV가 공개돼 유족들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28일 멕시코 일간지 밀레니오와 텔레디아리오, 레포르마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30분쯤 북부 치와와주 시우다드후아레스 이민자 수용소에서 화재가 났을 당시 직원들이 출구를 열지 않고 시설을 떠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민청은 애초 사망자 수를 40명이라고 집계했지만 이후 38명으로 수정했다. 현재 병원에서 29명의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는 위독한 상태라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현지 언론에서 확보한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에는 이민청 직원 2명이 쇠창살 넘어 화염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쇠창살 안쪽에서는 출입문을 열기 위해 발로 걷어차는 이민자도 있었다.

일각에선 탈출구를 열지 않는 등 이민청 직원들의 잘못된 판단이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당 건물 안에 남편이 있었다는 베네수엘라 국적의 한 여성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후 10시쯤 사방에서 연기가 나고 모두가 빠져나오는 모습을 봤지만 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내버려뒀다”며 “직원들은 절대 문을 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스스로 온몸에 물을 뿌려 살아남았지만 호흡기에 문제가 생겨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사망자 유가족들은 이날 참사 현장 앞에서 진상 조사와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시설엔 온두라스,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에콰도르 국적 성인 남성 68명이 있었다고 멕시코 검찰은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화재 원인에 대해 “추방돼 (본국으로) 가게 된 이민자들이 항의 과정에서 매트리스에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그들은 끔찍한 비극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해당 시설은 민간 보안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었다"며 "이민청이 직접 관리하기도 했지만, 사설 업체와의 계약 관계도 존재했다"며 경위 파악을 위해 먼저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