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합수단 수사결과 참고…박근혜 등 공모 가능성도 수사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박규리 기자 = 조현천(64)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사령관의 구속영장이 31일 발부되면서 2018년 11월 중단됐던 이른바 '계엄령 문건' 수사가 4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동력을 얻게 됐다.

검찰은 전날 미국에서 5년여만에 입국한 조 전 장관을 즉시 체포한 뒤 '속전속결'로 31일 새벽 구속영장을 청구, 신병을 확보했다.

4년 넘게 중단됐던 계엄령 문건 의혹만으로 구속의 필요를 소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계엄령 문건이 아닌 비교적 실체가 명확히 규명된 정치관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 범죄사실을 구성한 것이 결과적으로 주효했다.

◇ 내란음모 수사 본격화…합수단 "국헌문란 상황 발생 가능성"

조 전 사령관에 대한 수사의 종착점은 계엄령 검토 문건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한창이던 2017년 2월 조 전 사령관이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계엄 검토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문건을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 등 윗선에 보고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이 문건엔 탄핵 심판이 기각됐을 때 이에 분노한 촛불 시위대가 청와대, 정부 청사 등을 점거하는 등 '소요'가 일어나면 위수령, 계엄령을 발동한다는 군의 시나리오가 적혔다.

검찰은 이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 전 사령관에게 내란음모 혐의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혐의와 관련해선 2018년 당시 이 의혹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합수단)의 수사자료가 토대다.

2018년 11월 합수단이 도미한 조 전 사령관을 기소 중지한 뒤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 등 고발인에게 보낸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는 조 전 사령관의 내란음모 혐의가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합수단은 계엄령 검토 문건대로 계획이 실행됐다면 비상사태로 보기 부족한 상황에서 계엄을 통해 군을 동원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입법·행정·사법기관 등을 통제하는 등 국헌문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냈다.

또 문건에 적시된 구체적인 수행방안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등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진 자가 목적 달성을 위해 이용할 경우 폭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계획이 실제로 실행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선 문건을 작성하고 보고한 조 전 사령관의 진술이 필요하다며 수사를 중단했다.

◇ 박 전 대통령 등 윗선 공모 가능성도 수사할 듯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은 물론 박 전 대통령 등 당시 정부 수뇌부들이 내란음모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도 수사결과에 남겼다.

조 전 사령관이 문건 작성 사실을 윗선에 보고하고 유사시 내란을 실행하기로 합의했을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우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조 전 사령관이 탄핵소추가 발의되기 직전인 2016년 12월 5일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이 확인된다며 두 사람 사이에 계엄에 대한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계엄문건 작성·보고 시점 전후인 2017년 2월 22일과 3월 6일 청와대를 방문한 정황이 파악됐다며 공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합수단은 한 전 장관의 구체적 지시에 따라 계엄을 검토했다는 조 전 사령관의 진술도 확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2017년 3월 조 전 사령관과 함께 4차례 공식행사에 참석한 정황이 있다며 이때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2016년 10월 국방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북한 급변 사태'를 가정해 계엄 선포 검토를 지시한 사실에도 주목했다. 합수단은 당시 검토한 내용이 계엄령 문건과 유사한 면이 있다며 조 전 사령관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또 김 전 실장이 2017년 2월 10일 청와대에서 조 전 사령관을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며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의사 연락이 있었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합수단 수사 결과를 발판으로 검찰은 조 전 사령관이 윗선과 계엄령 문건대로 실제 내란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 합의를 했는지를 조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실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면 그 구체적 방법으로 서면 또는 방문 조사 가능성이 거론된다.

hyun@yna.co.kr